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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김정은의 체육, 자세히 알아보자

연이은 기록적인 한파에, 방학을 맞은 학생들은 좀처럼 아침이불 밖으로 나오지를 못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날씨가 추울수록 그만큼 더 활발하게 운동하며 움직이는 것이 건강도 지키고 추위도 물리치는 지름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이렇게 중요한 국민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체육의 날’ 이라 하여 매년 10월 15일을 특별히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에서도 이 ‘체육’이 새삼스럽게 전 사회적으로 강조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먼저 지난 13일 열렸던 북한의 첫 번째 체육의 날 행사 모습을 살펴볼까요?

 

 

 

제가 북한의 ‘첫 번째’ 체육의 날이라고 한 것은 북한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특정한 날을 체육의 날로 기념하지는 않고, 매매월 둘째주 일요일을 체육의 날로 기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건국 초기부터 체육 활동이 가져다주는 국민 체력의 증진과, 그로부터 연결되는 생산성의 증대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지속적으로 체육 장려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초, 중, 고등학교에서 날이 갈수록 다른 과목들에 밀려 축소되어가고 있는 체육 과목에 대하여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는데 반해 북한에서는 소학교를 비롯한 일선 학교들에서 체육 과목을 낙제한 학생은 진급이 어려워질 정도라고 하니 가히 그 중요성을 실감해 볼 수 있겠습니다.

 

공산주의 엘리트 체육

 

이러한 점을 보면 북한만이 유독 과도할 정도로 체육을 중시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북한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었습니다.

 

 

 

특히 과거 소련이 올림픽을 비롯한 체육 대회에서 보여주었던 기량은 가히 대단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요, 전설적인 체조 종목은 물론이고 축구, 핸드볼 등 수많은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이루어내었고, 공산주의식 ‘엘리트 체육’이라는 새로운 분과를 개척하기도 하였죠.

 

 

 

서구권 국가들이 강력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소련의 엘리트 체육 교육을 모방하면서 자국 선수들의 성적 향상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냉전시대 개최되었던 거의 모든 올림픽에서, 이른바 ‘체육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냈습니다. 이렇게 공산권 국가들에서 유독 체육 열풍이 불고 전설적인 선수들을 많이 배출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전에 언급했듯이 국민 체육을 발전시켜 국가 생산성을 확보하려는 까닭도 있었지만, 이렇게 자본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림으로써 공산주의의 우월성과 국민적인 지지를 확보하기 위함이기도 하였습니다.

 

김정은의 체육

 

김정은 체제 이후 체육을 강조하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이 국민적 지지 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이 시기에 들어 갑자기 전 사회적인 체육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다소 ‘뜬금없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체육을 강조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공산권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면서 겪게 된 90년대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는 경제, 교육뿐만 아니라 체육에 대한 투자와 장려도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급속히 위축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김정은의 체육 장려 정책은 곧 체제 유지를 위한 하나의 포석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이러한 분위기는 결코 부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체육 장려 정책을 펼치면서 북한은 런던 올림픽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중계하였고, 지난해 11월 신설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은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실세 중의 실세인 장성택이 맡아 북한, 일본 등과 체육 국제교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북한의 체육이라고 하면 하나같이 여러 명이 함께 기계적으로 참여하는 카드섹션과 같은 ‘집단체조’ 밖에 없었는데 체육 장려 정책을 통해 스케이트, 볼링, 골프 등 개인적인 종목도 점차 퍼져가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차기정권이 이러한 분위기를 활용하여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도 용이해졌고, 그동안 경색되어 있던 남북관계가 체육진흥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통일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체육이 남북교류의 불씨를 되살리는 하나의 촉매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 참고자료

연합뉴스, ‘북한 새해 첫 체육의 날’(2013. 01. 13)

뉴시스, '舊소련 체조영웅 니콜라이 안드리아노프, 58세로 사망'(2011. 03. 23)

KBS '남북의 창' (2013. 01. 19)

전영선, '북한의 사회와 문화', 역락, 2005. 0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