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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한반도의 또 다른 반쪽 고성군

 

[한반도의 또 다른 반쪽 고성군]

 

반ː-쪽(半-)

한 개를 둘로 쪼갠 한 부분.

 

 

‘반쪽, 아름다운 가능성- 강원도 고성군’

 

‘반쪽’이란 단어의 뜻은 온전한 하나의 완성체가 아니기에 그 단어 자체가 지닌 불구성과 불우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또 다른 반쪽을 향한 영원한 지향성을 지니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내재적 지향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 위, 많은 사람들을 또 다른 반쪽을 향한 애끓는 그리움과 동포애로 아우성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반쪽이란 반드시 또 다른 반쪽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 근본은 온전한 하나에 근거해 있기에, 언젠가는 꼭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은 가슴 벅차도록 아름답다. 그리고 반쪽짜리 한반도 속 또 다른 반쪽 ‘강원도 고성군’은 아름다운 가능성을 지닌 대한민국의 최북단이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남단이다.

 

 

 

‘여기는 강원도 고성군입니다.’

 

  휴전선이라는 물리적인 가로막힘에 한반도가 반쪽짜리로 살아온 지 60년, 이제 갓 스무 해를 넘긴 나의 인생이 익숙한 한반도의 모습은 온전한 하나가 아닌 반쪽짜리 공간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만큼 ‘국경’이란 단어에 낯설음을 느끼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비행기와 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다른 나라로 통할 길이 없다는 한반도의 현실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국경을 넘다’라는 의미를 어림짐작하게 할 뿐, 국경이란 무엇이며, 그 곳을 지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어림짐작은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국경에 대한 허구화된 상상으로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작년 가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참여를 위해 북으로 가던 중, 나의 인생 최초로 ‘국경을 넘다’라는 것의 의미를 각인시키는 시간이 있었다. 동해안 남북 출입국 사무소를 지나 북측 CIQ를 통과하는 순간, ‘아,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딱 국경을 넘는 기분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남과 북은 나라와 나라가 아니기에 국경이란 표현은 쓰는 것이 부적절하겠지만, 그때의 심정은 딱 그랬었다. 그리고 한나라를 오가면서 이러한 긴장감을 가지고,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사실에서 한반도의 현실을 되새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경을 넘다’라는 것의 느낌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북측에 도착하자마자 가이드의 입에서 흘러나온 ‘여기는 강원도 고성군입니다.’라는 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왜 그렇게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부끄럽다. 어쩌면 나 역시 통일, 한민족이란 말들을 의례적으로 내뱉었을 뿐, 정작 남과 북이 갈라졌다는 사실 안에서 성장하고, 그 성장 속에서 남과 북의 이질감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육로길

 

  이런 저런 생각들로 글을 쓰면서, 작년 여름 들렸던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의 모습이 생각났다. 교과서에서 듣던 해금강이 눈앞에 보였고, 금강산 육로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북쪽의 모습이 아주 가깝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 오히려 놀라웠고, 한편으로 우리의 땅을 바라보며 이런 감정을 받는다는게 서글프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본 강원도 고성군의 또다른 모습은 아주 기분좋은 설렘은 품고 있는 곳이었다. 비록 지금은 반쪽으로 갈라졌지만 언젠가는 꼭 온전한 하나의 모습으로 남과 북을 연결할 것이라는...  그리고 그 연결은 보다 튼튼하고 견고할 것이라는...

 

 

  강원도 고성군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한반도 속 반쪽짜리 도읍들은 60년 전, 한국전쟁의 아물지 않은 상처이다. 따라서 이 상처들을 치료할 유일한 연고는 바로 우리가 만든 물리적인 가로막힘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하나 없애는 것이다.

 

  비록 상처가 60년이나 되었기에 연고를 바르고 아물기까지 오핸 시간이 걸리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상처 난 한반도 위에 새살이 오를 것이며,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튼튼하고 건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한반도의 상처가 하루 빨리 치유되길 바라며, 열심히 연고를 발라줘야겠다.

 

 

 

상생기자단 3기

강세미 기자[seminsu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