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장벽없는 한반도를 꿈꾸는 '1인 시민활동가' 조원영

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입니다. 오늘도 색다르고 톡톡튀는 소식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자신만의 예술로 사회활동을 승화시키며 남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분을 만나고 왔는데요.

오늘의 소개 인물은 '1인 시민활동가' 조원영씨입니다. 최 기자가 이 분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바로 올해초인데요. 직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그 뒤에는 즉석에서 자필로 이름과 전화번호를 써서 명함으로 주시는 범상치 않은 분이었습니다.

'1인 시민활동가'라는 말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다방면의 활동을 만들고 찾아서 실행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스스로 만든 직업이라고 하는데요. 이 '1인 시민활동가'에게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바로 '장벽없는 한반도'였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참신하게 보이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들은 조원영씨가 직접 그리고 꾸민 스크랩북인데요. 자신이 하는 일과 활동, 가치관, 여러 계획들을 보여주는 스크랩북을 보물처럼 한 가득 들고다니는 그녀는 시민 활동의 새로운 아이콘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화를 꿈꾸는 그녀는 때로는 사람들에게 허황되게 보일 수 있으나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일명 '평화버스(Peace Bus)'를 타고 한국과 북한, 중국, 러시아를 오갈 수 있는 계획을 짜고 있는데요. 이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그녀는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이 1인 시민활동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Q. 현재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계신데, 그 중에서도 시민단체 '조각보'라는 데에서 활동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조각보'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조각보' 여성 운동을 굉장히 오래 하셨던 선배들이 만든 단체입니다. 그 분들은 통일 운동을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끝나지 않는 아픔이 계속되고 있다는 데서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러면 우리가 그 동안의 노하우를 합쳐서 새로운 통일 운동을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게 된 것이 조각보입니다.

조각보는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모여서 하나의 천을 만드는 것인데, 조각보 모임은 그 말처럼 조화롭고 아름다운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이에요. 그 안에서도 남북 여성 수다모임의 형태로 진달래-무궁화 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합창도 하고 사회적 기업도 운영해요. 이 모임에서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남한 출신과 북한 출신이 그 곳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어요.

조각보 안에 있는 '진달래-무궁화' 모임, 진달래는 북한을 상징하고 무궁화는 남한을 상징하는 꽃으로 두 개를 함께 엮어 붙인 이름이라는데요. 너무도 아름답고 꽃같은 남북한 여성들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떠올라 미소짓게 되는 그런 이름이었습니다.

 

조각보 모임에서 북에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쓴 편지

 

Q. 평소 '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알리고 계신데요.

'놀이'의 반대말은 '일'이 아니고 우울증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놀 줄을 몰라요. 시민활동가는 항상 묵직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하지만, 저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하고, 그 마지막 문장에는 반드시 '느낌표'가 찍힐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예요.

 

 

Q. '운동', '활동'이라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요. 색다른 '1인시민활동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저는 학부, 그리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을 공부하고 나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현실에 적용하고자 평화 단체에 들어갔지만, 정책을 분석하고 제언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사안을 가지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문화적 캠페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1인 시민활동가'라는 타이틀로 독자적 출범(?)을 하게 되었어요.

'1인 시민활동가'라는 이름은 우선 '1인'이라는 의미는 개인 한 사람이 가진 힘이 엄청나다는 것에서 착안했어요. 나부터 바뀌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예요. 또, 개인의 목소리가 결국 사회적 목소리를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제가 가진 하나의 가설은 "행복해진 개인은, 그 행복을 자기 혼자 갖지 않고 누군가와 나눌 것이다"라는 것이었어요. 그 때부터 느리게 보일 수 있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기로 결심했죠.

또한 '시민'이라는 이름에서는 하나의 주제에 묶여있지 않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어떠한 주제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누구든 만나야겠다, 시민을 만나야겠다. 다양한 시민들이 가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더 넓은 주제를 포괄하게 된 것이죠.

 

Q. 원영씨를 보면 여성 운동, 평화 운동, 시민 운동 등 많은 글자들을 포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활동을 시작하게 했던 하나의 시작점,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의 가장 큰 키워드는 '장벽없는 한반도'예요. 남북관계에 대한 것이죠. 하지만 저는 통일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요. 통일이라는 것은 '나 또는 너'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나, "그리고" 너의 느낌이 드는 '장벽없는 한반도'라는 말을 써서 출신의 장벽, 성별의 장벽을 넘고자 모두 함께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어요.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여러 장벽들을 함께 없애고 가까워지자는 의미예요.

만나기 전에는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지만, 만나고 나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 개인의 경험에서도, 대학원에서 북한을 공부할 때보다, 탈북해서 오신 분들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할 때 더욱 직접적으로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요. 변화의 시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해요.

 

Q.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었다면.

속초 강의 때 아이들이 자신의 고민을 적어서 날려 보내는 모습

'1인 시민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지낸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초반에 활동을 시작할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1인시민활동의 특성상 자금 문제에 있어서 스스로 개인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돈은 돈대로 들어가는데, 욕도 많이 먹고 온갖 실패도 많이 경험했었죠.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보람을 느끼며 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보게 돼요. 요즘 아이들은 신나게 놀아본 기억이 없어서 우울해요. 청년들은 좋고 싫음이 구체적이지 않아요. 자신의 고민을 표현할 수 있는 습관이 없어서 문제 해결력이 떨어져요. 또, 어른들은 마음 깊이 감동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나를 위해서 누군가 무언가를 해준 적이 없어서 굉장히 우울해요. 이 세 가지에 맞춰서 활동을 구상하게 돼요. 아이들에게는 신나게 놀게 해주고, 청년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어른들에게는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짜는 거죠.

 

Q. 1인시민활동가로서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이었는지.

저에게 있어서 가장 큰 보람은 누군가와 누군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당사자가 아니라는 데서 오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들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로서의 역할이에요.

특히 탈북 청소년들과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평화 아바타'라는 매개체로 이어주는 경험은 아주 귀중했어요. 종이로 만든 아바타 인형에 각자가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전달을 했는데, 작은 정성에도 팔레스타인 분께서 눈물을 보이는 그 모습에서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 눈물을 본 탈북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가치와 역할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고요. 서로를 인지하고, 평화를 위해 함께 축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Q. 각종 학교나 단체 등에서 '통일마을 디자인 플레이숍'을 진행하고 계신데요, 여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 워크숍의 부제는 '분단습관, 통일습관 알아보기'에요. 우리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많은 분단습관을 가지고 있어요. 사실 반도국가라는 인식도 분단에 의해 형성되었고, 협소한 마인드를 가지게 되는 것, 다자적인 사고를 못하고 양자적인 구도만 고집하게 되는 것, 이러한 것 모두가 분단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통일습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 어디입니까?"하고 물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백두산'이라고 대답을 해요. 당신은 이미 우리가 하나의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은 통일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에요.

그리고 통일에 마을 디자인이라는 컨셉을 입히게 된 것인데요. 마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먼저 주어진 것을 뒤집어보는 과정이에요. 다들 마을은 주어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마을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두번째로는 마을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죠. 그리고 세번째로는 마을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든다는 점에서 협동과정을 배우는 거에요.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플레이숍의 의미를 찾아가게 되는거예요. 통일마을을 디자인하면서, 자기가 낸 아이디어를 기억하게 돼요. 그 기억을 꺼내는 작업을 통해 나도 통일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죠.

내가 만들고 그린 이 통일마을이 바로 통일의 모습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통일을 무겁게 바라보는 관점에서 완전히 달라지게 돼요. 통일을 먼 과제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자신의 일로 생각하게 되는 거죠.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조율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통일을 실현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때로는 느리게 보일 수 있으나, 평화나 통일이라는 묵직한 단어를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서 세상 곳곳으로 따뜻하게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1인시민활동가, 조원영씨!

북한을 공부하고,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그러한 단어들로는 세상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내가 가진 이야기를 하려면 남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고, 더 많은 세상의 고민들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장벽없는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의 모든 시민이 함께 소통하는 그 날까지 달려갈 1인 시민활동, 모두 함께 동참해요!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