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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통일을 위한 나의 작은 노력

 

통일을 위한 나의 작은 노력

 

나는 한국에 입국한지 올해로 만 5년이 되었다. 입국한 후 마음은 한껏 들떠 있었다. 자유를 얻었으니 인생은 평안해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참 많은 갈등과 위기를 넘겼다. 내가 왜 이 땅에 오게 되었는지, 왜 새로운 터전에 적응을 해야만 하는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느니 고등학교에 다시 들어가 공부를 계속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2월에 ‘한겨레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학교 기숙사에서 선생님들,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배움의 열정을 불태웠다.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비롯한 체험활동과 여행을 통해 한국사회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막연히 대학에 가서 공부를 더 하겠다는 생각은 고등학교 졸업 7개월을 앞두고 좀 더 구체화되었다. 고등학교에서 소록도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한 번도 도움을 준 적이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보듬어 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어느 대학교를 가든 사회복지학을 공부해야 되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꼭 대학에 진학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다진 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영어와 국어를 공부하였다. 다른 친구들 보다 먼저 일어나 독서실 문을 열었고 저녁 9시까지 학교 수업에 참여했고, 자기 전에도 영어 단어와 한문을 외웠다. 대학에 꼭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이때의 노력이 있었기에 대학에 입학한 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 입학 후 첫 수업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난다. 교수님께서 강의를 열심히 해주시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과연 내가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는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걱정과 고민에 빠졌다.

 

사실 나는 북한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영어와 글쓰기 능력이 한국 친구들에 비해 너무 뒤떨어졌다. 그때 새삼 “나는 친구들보다 몇 배로 노력해야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생각했었지만 대학이라는 학문의 장에서 느끼는 문화적 차이와 능력의 격차는 생각보다 컸다.

 

그 후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학교 공부와 교우관계에 임하려고 노력했다.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학교에서 하는 여러 가지 세미나에 참여하여 무조건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분하게 공부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지식이 쌓이고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다.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인턴사원으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전공을 살려서 복지관에서 한 달간 인턴으로 일했다. 모르는 것이 많아 걱정도 됐었지만 밝은 모습으로 모르는 것은 물어가며 열심히 일했다. 복지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탈북 대학생임을 당당히 밝혔다. 그러면서 “모르는 것이 많으니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린다.”라는 말씀도 드렸다. 이런 이유로 복지관에 계신 분들과 빨리 친해지게 되었고 인턴 생활이 끝날 무렵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온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 참 뿌듯했다.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도 한 몫 했구나.”라는 생각으로 기뻤고 앞으로도 더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뿐만 아니라 각 대학의 워크숍 등에 참석하여 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주위 친구들에게 북한의 실상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통일을 위해 탈북대학생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탈북대학생들이 통일의 중요성과 북한의 실상에 대해 널리 알릴 때 통일은 앞당겨지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통일이란 누군가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다가가서 손을 잡는 것이다. 이것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나는 통일이 되어 북한 땅에 남아 있는 가족과 친척들이 하루 속히 자유를 만끽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한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수진(북한이탈주민, ‘05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