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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김정일 사망과 매몰비용이 되버린 핵무기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무기를 일컫는 접두사 
비대칭
(asymmetric) 사전적 정의는 대칭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대칭(symmetry)되지 않는다 것은 균형상태가 아니라는 점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군사력의 한 형태로서 비대칭 전력이라는 점은 이미 균형되지 않았다는 어원적인 내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책 표지


   외교
, 정치, 역사 등에 학문에서 자주 인용되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도 기원전 약 420년 전 아테네의 지도자 피리클레스가 적국인 스파르타의 지상 전략이 월등히 우세하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육지에서의 결전을 회피한 채 철저히 해양 전략으로 일관하는 비대칭 전략을 구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는 대칭되지 못한 상황이 비대칭 전력을 개발하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오래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칭의 극복이라는 점을 고려하도라도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은 폭발력을 측정하는 표준단위가 메가톤인 점(TNT 1,000,000톤 규모, TNT 1톤은 강철 빔의 고층건물 완전히 파괴 가능)에서 알 수 있듯, 인류종말을 야기할 수 있는 파괴력으로 국제조약과 기구를 통해 개발자체가 금지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무기입니다. 그리고 이런 핵무기를 북한은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오히려 핵 능력을 더 키웠고, 종류도 우라늄까지 확장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막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한 이유는 안보와 핵확산이라는 관점을 중시하다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진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진 북한의 핵문제?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되었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에서는 기관이 일정 부분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을 처리하는 손절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되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을 할 때 고려되어서는 안 되는 비용입니다. 즉 매몰비용의 반대개념인 기회비용으로 인해 기존의 선택을 포기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입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영화 관람료를 이미 지불한 상태(매몰비용)에서 영화가 재미없더라도 돈이 아까워 도중에 나가지 않는 것은 영화를 보지 않음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다른 활동이나 시간(기회비용)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200210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 계획을 시인해서 시작된 제2차 핵 위기는 과거 북·미 기본합의로 북한의 핵시설을 동결한 대가 경수로 사업비 156200만 달러(한국은 이중 70%를 부담)가 매몰비용이 되었음을 알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북한의 핵시설 동결로 인한 대가를 더 이상 지불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가 갖는 안보위협과 핵 확산 문제는 매몰비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게 계속적인 매몰비용을 제공하게 되는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즉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주변국에게 안보위협을 야기하고 결국 안보딜레마가 발생해 주변국도 핵을 개발하거나 북한에서 다른 국가로 핵무기가 반출되는 핵 확산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합리적인 선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차 핵 위기를 해결하기위해 20038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6자회담은 북한의 핵시설과 매몰비용을 교환하는 매몰비용의 오류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제2차 핵 위기로 북한의 핵시설을 막기 위한 대가를 지불한 것이 매몰비용이 되버린 상태에서 또 다시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된 또 다른 배경에는 6자라는 새로운 다자간의 협력체가 형성되었기 때에 가능했습니다. 즉 핵 문제는 국제사회라는 문제라는 안보 및 핵 확산측면과 6자회담이라는 틀을 통해 매몰비용의 오류가 발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20059.19 공동선언 이후에도 북한은 2006101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다시 우여곡절 끝에 20072월과 10월에 9.19 이행을 위한 조치에 합의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에 따라 20086월 영변에 있던 냉각탑을 폭파할 수는 있었지만 200952차 핵실험과 201011월 해커 박사를 초청하여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하게 하여 결국 또 다시 그동안의 노력과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군사력의 한 형태로서 북한의 핵무기를 매몰비용으로 취급하고 포기하는데 안보와 핵 확산 문제로 매몰비용의 오류를 지속적으로 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좋지 않은 일은 함께 온다고 하는 말처럼 지난해 12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는 북한이 체제위협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분위기까지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북한의 핵문제가 앞으로는 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만은 아닙니다. 2012년은 북한이 말해온 강성대국의 원년이기도 합니다. 강성대국을 맞이하지 못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강성대국을 맞이한 후계자 김정은에 미래는 문제를 다루는 차이에서 다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남과 북의 청사진이 동상이몽이 아닌 핵포기라는 공통분모에서 시작되길 바라며 기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