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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대북 정책도 택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있어야

 

【국민들이 보는 상생공영 정책-인터뷰1】2008.12.8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나의 두 스승님에게 ‘대북정책’을 묻다.

-“대북 정책도 택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있어야” 

          

 

 


▲‘상생공영(相生共榮)’이 적힌 액자 앞에서 미소 짓는 인천 동구 택견전수관 정명섭(좌)관장, 박철모(우)사범


겨울비가 내리던 날. 필자는 노트북과 카메라를 챙겨 들고 인천 동구 지역에 위치한 택견 전수관을 찾았다. 그리고 오늘은 수련생이 아닌 통일부 기자단의 이름으로 나의 두 스승님을 만났다. 정명섭 관장. 군 제대와 대학졸업 동시에 택견 전수관을 개관했다.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였다. 그러나 그는 돈을 쫒기 보다는 사회사업을 하는 청년사업가였다. 장애인, 저소득층 자녀, 미혼모, 재외동포들에 관심을 쏟으며 그들에게 택견을 가르쳤다. 박철모 사범. 그의 별명은 ‘오사카 박. 오사카와 고베 일대에 사는 재일동포들을 대상으로 택견을 가르치고 있다. 누구보다 통일과 민족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두 사람에게 대북정책에 대해 물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나요?”

정,박 : 햇볕정책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그만큼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홍보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그러면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처음 들어보셨겠네요?“

정: 처음 들어봤다. ‘햇볕정책’은 초등학생도 다 알 만큼 많은 홍보가 되었기 때문에, 대북정책 하면 딱 떠오르는 단어다. 그러나 ‘상생공영은 글쎄..’ 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안 된 만큼 대북정책 홍보도 시작단계라 생각한다.

 

박: 나도 처음 들어봤다. 대북정책 설명자료 책자를 읽어 보고 나서야 조금 감이 왔다. 개인이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다.


“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 정부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

정 : 전 정부까지는 국민들이 남한정부가 북한에 너무 퍼준다는 인식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과거 정부와 차별성을 두고 다르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것 같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만큼은 좀 더 일관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박 : 재외동포들에게 너무 관심이 부족하다. 예전부터 문제점이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지난 정권과 비교하면 ‘실용’과 ‘생산성’이 눈에 띈다. 그런데 어떤 방법이 실용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 현재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악화된 원인을 대북정책의 잘못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나요? “ 

정 : 모든 정책은 무조건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제 시작인데 성공이냐 실패냐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성급하다. 지금 남․북 정부를 보면 서로가 서로를 너무 길들이려고 하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는 것 같다. 현재 북한정부도 남한 정권이 바뀌면서 많이 긴장하고 있다. 이런 긴장관계 속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앞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가 중요하다.   


박 : 촛불집회만 보더라도 새 정권 출범 초반부터 국민과 정부가 불협화음이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도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많이 커진 상태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목소리가 다양하고, 불만도 많고, 헷갈리는데.. 북한은 안 그러겠나.

 

 

▲ 2006년 11월에 방문한 금강산에서 시범중인 정명섭 관장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 중점 내용 중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있다면요?”

정 : ‘사회문화교류’ 부분이다. 택견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남북간 체육 교류가 많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택견은 민족체육이다. 남북한이 함께해야 더욱 의미 있는 체육이 택견이다. 2006년에 금강산에 있는 공연장에서 택견 시범을 한 적이 있다.


“ 금강산에서 택견 시범을 했을 때 어떠셨어요?”

정 : 공연장에 있던 북한 안내원이 “참 재밌는 운동”이라고 말하더라. 사실 북한도 택견과 같은 민족 체육이 많이 사라져 가고 있는 추세다. ‘민족’을 강조하지만 스포츠만 보더라도 많이 외래화 되고 있다. 안타깝다. 남북한 스포츠 교류 시 거의 ‘축구대회’밖에 안한다. 전통적이고 민족성을 지닌 체육종목을 많이 안 하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 북한에서 제작한 영화【평양 날파람】


“ 북한에서 제작한 ‘평양날파람’이란 영화를 보면 택견이 나오던데요”

정 : 평양에서는 택견을 ‘날파람’이라고 부른다. 택견을 소재로 한 영화다. 평양에서 남한사람, 북한사람, 재일동포, 재중동포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한민족 택견 대회’를 하는 게 나의 소원이다.


“ 박철모 사범님도 ‘남북간 사회문화교류’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요? ”

박 : 그렇다. 재일동포 분들에게 택견 강좌를 하면서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민족학교를 다니는 우리학교 학생들은 고교시절 마지막 수학여행을 평양으로 다녀오곤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남한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수학여행을 ‘평양’으로 가는 건 어떨까? 살아있는 통일교육이 될 것 같다. 


“택견의 철학이 ‘상생공영’이라고 알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과 같은데요?”

: 모든 무도에는 추구하는 정신이 하나씩 있다. 택견은 ‘상생 공영’이다. 택견을 직접 수련해 본 사람이라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택견은 서로 정당한 실력을 겨뤄 승부를 내되 상대방을 배려하는 스포츠다. 택견의 거의 모든 동작에 그 정신이 스며 있다. 규칙을 보더라도 타격 발질을 해서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건 인정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다치게 해서라도 이기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택견 경기에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왜냐햐면 기본적으로 ‘흥’이 많은 우리 민족처럼 택견도 상대방을 배려하며 경기를 즐기듯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택견과 우리 민족의 성격이 많이 닮았다.   


 

 

▲ 두름치기를 하고 있는 박철모 사범


“대북정책도 남북간의 배려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상생’과, 함께 잘살아 보자는 ‘공영’ 의 의미에서 택견과 닮은 점이 많네요.“ 


박 : 그렇다. 추진 중인 대북정책이 ‘상생공영’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는데, 택견을 수련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의미가 바로 와 닿았다. 상생공영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남북간 이해와 대화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상생공영’에 대한 정책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햇볕정책’처럼 홍보가 정말 중요하다.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있어야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에 실효가 있을 것이다.


정 : 상생과 공영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가깝게는 내 주변 사람들부터 사랑으로 잘 챙기는 것이 상생공영이다.  


  스승과 제자는 닮아간다고 한다. 정명섭 관장과 박철모 사범을 인터뷰하다보니 어느새 서로 많이 닮아있다는 걸 느꼈다. 상생과 공영의 정신을 누구보다 잘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게서 ‘통일전도사’ 로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  “이크 에크” 부드러움 속에 강한 힘을 지닌 택견.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택견 처럼 ‘상생공영’의 대북정책 또한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 속에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통일부 상생 기자단 1기 이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