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안산동 23층 아파트 붕괴 사건: 원인과 현안 진단
안녕하세요. 통일부 대학생기자 백승국입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5월 13일 평양 평천지구 안산동에서 93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23층 아파트가 붕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현재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살림집(주택) 시공을 되는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여 인평피해가 났다’고 공식 보도하였고, 국내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의 혁명적 군중노선인 ‘속도전’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속도전이란 모든 사업을 전격적으로 밀고 나가 최단기간 내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상의 성과를 이룩해 나가는 사업방식이자 혁명적 노동구호 입니다. 기술, 노동력, 자본, 설비, 노동의욕의 부족을 근로자들의 혁명적 열의로 최대한 동원하여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1950년대 천리마 운동시기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에 전후복구사업을 위해 대중을 동원하여 혁명적 구호를 내세우며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것이 시초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1974년에 '70일 전투'를 통해 속도전을 구체화하였습니다. 당시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10대 전망목표를 제시하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해 10월 하순부터 12월 말까지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70일 전투를 실시하였습니다. 후계자 김정일에 의해 추진된 70일 전투는 근로자들에게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 교양 등 사상전을 기본으로 하여 전국 2천여 개의 단위에 1만 1천여 명의 간부를 파견하였고, 12개의 중앙예술단과 48개의 지방예술단으로 구성된 경제선동대를 통해 현지공연을 하는 등 경제사업의 높은 성과를 촉진하였습니다.
이후 북한은 붉은기쟁취운동, 7개년 계획, 제13회 세계학생축전의 주요시설공사, 강성대국건설,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사업 등을 모든 경제건설 사업을 포함하여 ‘평소에 걸어가던 길도 뛰어가자’는 식의 속도전을 내세워 최단기간에 큰 성과를 꾀하였습니다.
<속도전식 사업의 주요 사례>
실시년월 |
속도전식 사업의 명칭 |
1974. 10 |
70일 전투 |
1978. 5 |
100일 전투 |
1988. 2 |
제1차 200일 전투 |
1988. 9 |
제2차 200일 전투 |
2009. 4 |
150일 전투 |
그러나 ‘속도전’은 김씨 왕조의 업적과 우상화 작업에 도구로써 북한의 선전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효율성이나 합리적 운용 대신 사상전에 기초하였기 때문에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창의력에 바탕을 둔 기술혁신을 어렵게 합니다. 이처럼 동원경제 성격이 강한 속도전 방식은 북한경제가 딜레마에 빠지게 된 요인들 중 하나입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북한의 속도전 사례는 ‘마식령 속도전’입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대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2013년 12월 31일, 마식령 스키장 개장 당시에 북한 당국은 ‘10년 걸릴 공사인데 1년 만에 준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이른바 ‘마식령 속도전’를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사업’에서 ‘마식령 속도전’을 강조하다 일어났습니다. 수많은 아파트 건설 사업을 속도전으로 진행하다보니 질 나쁜 자재의 사용. 설계된 대로 건물을 짓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북한은 감리라든가 법적절차에 따라 준공허가증을 받고 주민들을 입주시키지 않고, 법적인 절차 없이 주민들이 입주하는 경우가 통상적입니다. 그래서 준공식을 마치지 않는 아파트에 주민들이 입주를 하여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번 사고에서 북한 당국은 생존자 구조, 부상자 치료를 위해 범정부적인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김수길 평양시당 책임비서 등 고위관료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가 유족들에게 머리숙여 사과를 하였습니다. 북한 법에서 건설 지도와 감독을 잘 하지 못하는 간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건설법 53조). 또 북한의 형법에서 과시적 살인죄는 과실로 여러 사람을 사망하게 하였을 경우, 3년 이상 8년 미만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고위간부의 사죄 행위는 민심 동요와 그 화살이 김정은에게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는 아니었을까요? 그래서인지 평양시민을 인터뷰한 외신들에 따르면 ‘붕괴 사건은 건설규정, 건설공법에 정해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그리고 내각과 지도자에 대한 불만 표출은 찾아볼 수 없다.’ 라고 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사고 당시 애통함을 금치 못하겠다고 하더니, 열흘 후 아파트 건설 현장을 찾아가 여전히 ‘속도전’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속도전을 중단하지 않는 한 이번 사건은 계속될 것이며, 결국은 희생자만 늘어날 것입니다.
이 사고에 대해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5월 13일 평양시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내용의 위로 전통문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통일부 대학생기자단도 이번 사고로 인해 희생된 북한 동포들에 대한 명복을 빕니다.
<사진출처>
MBN 영상캡처 - http://www.mbn.co.kr/pages/vod/programView.mbn?bcastSeqNo=1071950
동아일보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0&aid=0002576561
동아일보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2660351
연합뉴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2660351
연합뉴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6678250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sohy1000?Redirect=Log&logNo=70122636938
<자료출처>
통일부 통일교육원 - 북한 지식 사전
뉴스Y - 북한은 오늘 ( 2014. 5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