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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차 통일정책포럼] 장성택 실각 이후 북한 정세 평가와 전망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29. 06:00

최근 북한 정권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실각하고 숙청되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사건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많은 사람들을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20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목련홀에서 개최된 제41차 통일정책포럼 ‘장성택 실각 이후 북한 정세 평가와 전망’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장성택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는 장이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포럼은 장성택 실각 이후 북한의 대내 정세 평가와 전망, 장성택 숙청의 남북관계 영향분석, 북·중관계를 중심으로 보는 평가와 전망, 질의응답 및 토론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장성택 실각 이후 북한의 대내 정세 평가와 전망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건이 김정은 주도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권력투쟁의 소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장성택은 2011년 12월 김정일 급사 이후 김정은 후견 역할을 자처, 3대 세습체제 구축과 공고화를 주도하면서 북한의 실권자로 행세하였습니다. 위원은 장성택이 자신을 중심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하였고, 핵실험등의 주요 정책 방향, 경제 이권 문제를 놓고 군부 강경세력과 대립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경파들은 장성택의 월권행위, 각종 부정부패 등을 김정은에게 보고 하여 김정은과 장성택의 갈등을 유발하였고 결국 장성택이 숙청되는 현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고 권력투쟁설을 밝혔습니다.

현성일 위원은 사태로 인한 전망을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하였습니다. 먼저 권력면에서 이 사건으로 인해 김정은 유일지도체제는 더욱 불안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 자체 인맥이 전무한 현 세습체제의 특성상 새로운 인물들이 권력기반을 형성할 것이고 이는 또 다시 제2, 제3의 장성택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 김정은은 자신을 지지해 줄 최대의 지원자를 제 손으로 제거하였고, 이는 북한 권력층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은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다음은 정책 측면입니다. 장성택은 제3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개성공단 문제 등에서 보수파와 많은 갈등을 하였고 이는 숙청의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자칫 반동분자로 보일 수 있는 정책적 건의는 줄어들 것이며 이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조율 시스템이 붕괴됨을 의미합니다. 결국 균형을 잃어버린 북한의 정책은 지속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성택 숙청의 남북관계 영향분석

두 번째 순서로 통일부 전 차관이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천식 특임연구원이 장성택 처형이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핵문제를 배제한 채 경제적 이익확보와 대미관계 개선을 위한 디딤돌로만 남북관계를 이용하였습니다. 협상과 압박의 양면전술을 활용한 북한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같은 형태의 정책을 고수하였지만 강한 압박이 통하지 않자 현재는 현상유지적 차원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김천식 연구원은 장성택의 숙청으로 인해 북한의 대남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 동안 장성택은 남북관계에 있어 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으며, 현재 남북관계 자체가 침체되어 있어 따로 조정해야할 내용이 별반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은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내부의 혼란 자체가 우리 안보에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며 북한 내부 보수·강경파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을 자제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불안정성을 증가시키는 요소입니다. 또한 경제적 이권 분배과정에서 군부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국지적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외부문 : 북·중관계를 중심으로

다음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오승렬 교수의 북한과 중국의 외교관계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최근 장성택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로 보아 북·중관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그 배경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2년 8월 장성택은 50여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과 중국을 방문하여 당을 통한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경제외교’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후진타오 정권이 말기였던 탓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 최룡해 역시 방중을 하게 되었고, 외신은 성과가 미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최룡해는 방중 시 군 복장을 중시했고 ‘관련국과의 대화를 희망한다’는 발언을 통해 북한 군부가 유연한 노선을 취할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진핑 정부와 북한 군부 고위층의 실질적인 첫 만남이었기에 중국의 신뢰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성택의 실각이 본질적으로는 김정은에 앞서 ‘군부에 의한 권력투쟁’이었고 이것이 북한 3대 세습과 주체사상 등으로 포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제 중국 시진핑 정권과 그에 따른 북중관계를 파악해야합니다.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과의 세력 싸움에 모든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을 미·중관계 거시적 플랜의 부분적 요소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김정은은 ‘과거 중국은 북한에 대규모로 투자를 계획한 반면 지금은 제한적이고 형식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은 미국의 경제적인 대북제제 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박근혜정부에게는 표면적 비방을 통해 군부의 강경함을 드러낼 것입니다. 또한 북한은 중국과의 외교에서 상호가 정권 초기인 지금 탐색기간이 길어지면 좋지 않으므로 장성택 사건을 일사천리로 마무리 지어 새롭고 밝은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가오는 내년 초, 북·중 양국의 정식 파견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며 이쯤 북·중관계의 정세가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북한은 군부 중심의 정치로 나아가는 동시에 수령체제와 김씨 세습을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시할 것이 분명합니다.


 


 패널들의 발표가 끝난 후, 포럼 참가자들과 패널들이 질문을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 북한의 정치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안보에 관심이 많으신 국민들께서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대비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치사건은 철저히 계획된 과정이라기 보다는 여러 변수들로 이루어지는 급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획을 세운다 하더라도 명확한 순서가 있을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가 중요한 부분에서는 다양한 추측과 예상으로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지만 중요도가 떨어지는 세세한 부분까지는 정확한 분석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장성택과 최룡해 등 인물관계는 미리 파악되어있었고 정부는 큰 흐름을 위주로 대비하고 있습니다.

Q. 장성택은 김정은보다 김정남에게 더욱 많은 정을 붙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어린시절의 경험들이 김정은이 장성택을 내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A. 어린 시절의 김정은과 장성택의 관계가 어느정도 사건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대외관계의 기본적 관심사는 권력 구도의 변화 부분인데 아직 명확한 근거가 없어서 상식으로 생각해보자면 김정은뿐만 아니라 정권의 속성상 권력자는 누구나 자신만이 정권을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흔히 권력자는 디비전 매니지먼트라고도 불립니다. 즉, 장성택 사건의 특징은 판결문에 나와 있듯이 여러 사회주의적 행동에서 벗어난 잘못들을 통해 장성택을 권력에서 추방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의도와는 달리 김정은이 권력을 주도하기는 더 어려운 실정이 되었고 앞으로는 북한 군부가 다양한 채널로 당을 장악하여 권력을 취하려 할 것입니다.

장성택 실각 이후 김정은은 계획된 일정들을 모두 차질없이 소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장성택 사건을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흘려보내지 말고, 신중히 파악하여 북한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