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통일 북리뷰 (12)] 통일을 꿈꾸는 밥상, 북한식객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23. 06:30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말한다. (You are what you eat.)"

무엇으로 우리의 정체성이나 문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김새나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혹은 입는 옷의 형태로 문화적 정체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이 우리를 표현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여름 - 주세페 아르침볼도, 1573, 루브르 박물관 (출처 : 위키피디아)가을 - 주세페 아르침볼도, 1573, 루브르 박물관 (출처 : 위키피디아)

"당신이 어떤 것들을 먹는지 알려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겠다. (프랑스어 원문 : 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e tu es.)" 18세기 말,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문인이며 미식가였던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은 1825년 그의 저서 <미각의 생리학 Physiologie du Gout>을 통해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음식을 먹는다는 것 혹은 입맛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사람들의 취향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자라온 지역적인 경계가 다르고 이에 따른 생태, 역사, 문화적으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일을 꿈꾸는 밥상, 북한식객

위와 같은 의미에서 다가오는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북한을 조금 더 친숙한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탈북여성 국내 박사 1호', '용기 있는 국제 여성'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이애란 박사이다. 이애란 박사는 현재 경인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대표, YBM 시사영어사 사무국장, 북한이탈주민 여성단체 모임인 하나여성회 대표를 맡고 있으며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기도 한다. 이렇게 그녀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2010년에는 미 국무부가 수여하는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수상하기도 했다.


북한식객 (출처 : SBS)


2012년 12월에 출간된 <통일을 꿈꾸는 밥상, 북한식객>은 평소 이애란 박사가 말하는 "통일은 밥상에서 시작된다."라는 생각을 대변하듯 통일의 시작인 밥상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밥상은 다름이 아닌, 우리가 평소에 관심이 없으면 잘 알 수 없었던 북한의 음식을 의미하며, 본문에서는 그 음식에 얽힌 북한 생활기를 친근한 에세이 형태로 담아내고 있다. 북한 서민들의 일상적인 소박한 밥상 메뉴에서 손님을 초대할 때 준비하는 특별한 음식, 김장준비, 지역별 향토 음식과 남한에서 더 유명한 북한음식 그리고 북한에서 유명한 음식 등 다양한 음식과 식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북한 사람, 남한 음식에 놀라다', 2장 '북한에서 음식은 권력이다', 3장 '이름으로는 알 수 없는 남북 음식', 4장 '북한 주민의 일상이 담긴 음식', 5장 '통일만 되면 대박! 북한 지역별 별미 음식'과 같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북한의 음식과 그에 담긴 사연이 담겨있다. 또한 다양한 메뉴 소개와 그에 따른 조리 방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 북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것을 시도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단순한 음식의 조리법 뿐 아니라, 북한 서민의 생활상도 여과 없이 전달하고 있다. 특히 본문 중 '먹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북한 서민 음식의 현실'의 부분에서는 일상적인 식생활도 어려운 북한 주민들의 힘든 현실 상황을 우리에게 그대로 들려 준다.

 

'한솥밥'을 다시 먹는 그날을 기약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가능한 한 같이 어울려 밥을 먹으려고 해왔다. 이는 '한솥밥' 문화라고도 표현된다. 분단 이전에 남과 북은 모두 한솥밥을 먹던, 즉 비슷한 입맛과 식생활의 문화를 공유하던 공동 운명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반세기동안 남과 북이 갈라져 오면서 입맛과 식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남한은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북한은 민족 고유의 음식을 지키면서 많은 입맛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앞으로 통일 한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발달된 음식문화의 교류와 이해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의 저자 엘레나 코스튜코비치는 책의 말미에 "인간은 무얼 마시고 먹느냐에 따라 생각하고, 꿈꾸고, 행동한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통일을 꿈꾸는 밥상, 북한식객>은 통일 세대에 다양한 북한 음식에 대한 손쉬운 조리법을 알려주고, 북한 식생활의 이해를 도와 통일을 생각하고, 꿈꾸며, 행동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