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北 노동신문, 문재인 대통령 당선 보도


지난 5월 9일, 대선을 거쳐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이 당선되었습니다. 문재인의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통령은 앞다투어 청와대로 전화를 연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동북아시아에서 몹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북한에게 압박만 가하지 않고 대화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비해 전향적으로 다르며,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도 이끌어 나가게 되는 것은 곧 동북아시아의 외교정세가 크게 뒤흔들리는 일을 의미합니다. (관련기사: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알아보자")


그렇다면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먼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하루만인 5월 11일 북한의 관영매체 조선중앙TV가 신속하게 문재인 당선을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이번 대선이 치러진 경과와, 유력 후보,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까지 꽤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보도하는 조선중앙TV 보도 화면 갈무리


"남조선에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선거는 괴뢰 정치 사상 전대미문의 죄악을 저지른 박근혜 역도가 남조선 인민들의 한결같은 요구에 의해서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것으로 하려 조기에 치루어진 선거였습니다. 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 정의당 후보 심상정 등 13명의 후보들이 출마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이 41%의 득표율로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조선중앙TV 2017년 5월 11일 보도)


이튿날인 5월 12일, 노동신문 또한 조선중앙TV에서 보도한 내용과 동일한 내용을 지면에 실었습니다. 노동신문 6면 하단에 "남조선에서 제19대 선거 진행"의 제목으로 남한 대선 결과를 전했습니다.


5월 12일 노동신문 6면. 선거 보도 아래의 위안부합의 관련 기사와, 우측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기사도 흥미롭다. ⓒ서울신문


한편,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북한이 우리나라 새 정부 출범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두고 북한이 남북관계의 평화적 진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1992년과 1997년에는 이것 보다 더 긴 분량의 논평을 폈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남북관계에 산적한 문제들을 언급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혔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편, 북한은 우리나라 대선이 진행되는 과정에도 지속적으로 간섭 아닌 간섭을 했습니다. 2016년 10월 말에 불거진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 회고록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불거진 작년 10월 말에, 담화문을 발표해 "남측은 우리 측에 그 무슨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종북' 세력으로 몰아대는 비열한 정치 테러 행위[이며], 저들(당시 새누리당)의 재집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박근혜 역도의 특대형 부정부패 행위에 쏠린 여론의 화살을 딴 데로 돌려 날로 심화되는 통치 취기를 수습해보려는 또 하나의 비열한 모략 소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 누가 북에 물어봤나? 우리끼리 일이다. 새누리당이 쓸데없는 짓을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조금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별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난 올해 3월 29일, 북한 노동신문은 처음으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언급했습니다. 문재인 당시 후보가 송민순 회고록 논란 당시 북한에 단호하게 "끼어들지 말라"고 언급해서 기분이 언짢을 법도 한데, 문재인 후보에 대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고 말한 것입니다. 당시 노동신문은 문재인에 대해 "미국은 그를 동북아시아 정책에 회의적이고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인물로 묘사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과거보다 포용적인 정책을 펼칠 경우,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고자료]

[VOA] "북한, 한국 대선 결과 첫 보도...한국 "문재인 정부에 관심 표현""

[조선일보] "北이 편드는 듯하나 화들짝 놀란 문재인"

[서울신문] "北 노동신문, 문재인 대통령 당선 보도"

[경향신문] "북한 '로동신문' 사설서 문재인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첫 언급"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