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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과 동남아시아, 시험대에 오른 우정



안녕하세요, 여러분.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세 달이 지났습니다.

김정남이 피살된 나라,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김정남 시신 인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이 때, 김정남이 살해된 나라가 왜 말레이시아였으며,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어떤 역사적 관계가 있는지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오늘은 북한과 동남아시아의 관계를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북한과 동남아는 어떤 관계에 있었으며, 그 관계가 어떻게 진화할지 살펴보겠습니다.



1. 북한과 수교?

북한은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미얀마, 브루나이, 필리핀 등 동남아 10개국과 모두 수교를 맺고 있습니다.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등은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있고, 북한은 라오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베트남에 대사관을 설치했습니다. 

평양과 동남아 국가 수도 모두에 대사관을 상호 설치하고 있는 나라는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5개국입니다. 

특히 주목할 나라는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입니다. 이 3 국가는 과거 공산권 국가였거나 아직 공산당 일당 통치하에 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가 밀접할 수밖에 없죠.

과거 국가 관계 혹은 현재 당대당 관계가 있으므로 이들 국가와 북한은 특수한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자유로운 활동 무대

북한은 북미와 유럽, 그리고 동아시아에서는 제한된 외교 활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동남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 경우 북한 여권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2011년 평양에 직항로를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교류도 많습니다. 북한은 고무·야자유 등을, 말레이시아는 철광석·아연 등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양국 간 교역량은 2015년 기준 2270만 링깃(약 58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런 교류 때문에 말레이시아 내에서 거주하는 북한 주민도 수백 명에 이른다고 전해집니다.

캄보디아와 북한의 우호관계도 눈에 띕니다. 북한 최고 예술단체 만수대창작사는 2015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옆에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을 건설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공산화 이전 시아누크 국왕은 김일성 북한 주석과 깊은 친분을 맺어 북한 경호원을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와 태국은 북한의 주요 무역 대상국입니다. 싱가포르에는 북한 선박이 자주 들릅니다. 이로 인해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불법거래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3. 그렇다면 왜?

어떻게 동남아 국가들은 북한과 비교적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을까요?

동남아 국가들에게서는 북한에 대한 UN 제재가 강력하게 실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 국가는 국제무대에서 남북 사이 중립적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매년 여름 열리는 아세안안보포럼 (ASEAN Regional Forum, ARF) 의장 성명에서는 남과 북의 주장이 똑같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북한에게 동남아란, 스위스와 같은 유럽 중립국가처럼 중립적인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배경에는 동남아 국가와 남북한의 외교 역사가 있습니다. 한국이 7,80년대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기 전까지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더 풍족했습니다. 북한은 이 국력을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강력한 외교를 펼쳤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형성한 전통적 관계와 네트워크가 남아 상대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만든 것입니다.

또한, 동남아 국가들이 과거 비동맹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북한과의 유대가 깊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냉전을 거치면서 소련과 미국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게 비동맹운동입니다.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독립하고, 더 이상 제국주의적, 패권주의적인 열강에게 주권을 훼손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따라서 비동맹운동은 한 국가의 주권을 존중하고 국내 문제는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런 비동맹운동 원칙이,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관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북핵 도발, 동아시아 외교 갈등은 동남아 국가들이 북한과의 관계 단절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북한과 인접한 국가들의 문제이니까요.



4. 시험대에 오른 우정

이런 역사적 우호 관계도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범행에 가담했던 용의자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적으로 나오면서 동남아시아 국가 전체에서 반反북한 정서가 커지고 있습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영업 중이던 북한 식당 '평양랭면'이 지난 3월 21일자로 문을 닫았습니다. 식당 관계자는 '경영 부진'을 폐업 이유로 뽑았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북 감정이 악화되면서 이 식당을 찾는 손님이 뜸해졌다는 것인데요. 피살사건 용의자 시티 아이샤는 인도네시아 국적으로, 인도네시아 내에서 아이샤가 북한 공작원에게 속아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는 여론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북한은 중국과 동남아 일대에서 이런 북한 식당은 약 130 곳 운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20곳 정도가 폐업하거나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과 사이가 틀어진 말레이시아 정부가 무비자 방문 협정을 파기면서, 북한의 외화벌이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북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여행사들도 이제는 프로그램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동남아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우호국 영토 안에서 암살 사건을 벌인 북한 정권에 대한 동남아시아의 분노와 실망은 매우 커 보입니다.

 





참고자료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7/2017021700306.html

http://www.asaninst.org/contents/%EB%8F%99%EB%82%A8%EC%95%84%EC%97%90%EC%84%9C-%EB%B6%81%ED%95%9C-%EB%AC%B8%EC%A0%9C%EB%A5%BC-%EC%96%B4%EB%96%BB%EA%B2%8C-%EB%8B%A4%EB%A3%B0-%EA%B2%83%EC%9D%B8%EA%B0%80-%EA%B9%80%EC%A0%95%EB%82%A8/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7&artid=201702271805341&pt=nv#csidx45fd57c9923412f82de1b2b6f013c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