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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동국대 1차 통일포럼 - 토론회③


북한에서의 사회적 관계 형성과 카리스마의 세습 by 장윤석


해방 이후 김일성과 만주 세력은 북한의 권력을 장악하였습니다. 세습 체계의 구축을 위해 김일성은 항일 빨치산 투쟁으로 인하여 조국의 해방과 자주 민주적 독립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고 선전하였으며 이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우상화, 신격화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대를 이어 충성하자라는 구호 아래 김정일의 세습으로 이어졌고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만경대, 백두산 혈통의 정통성을 가진 김정은이 권력을 양도 받게 되었습니다. 20대 젊은 나이의 김정은을 둘러싸고 새롭게 들어선 북한 정권에 대한 권력 세습 및 체제 안정성을 둘러싼 해석과 의견이 난무했지만 지난 5년 동안 권력이양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김일성으로부터 이어져 오는 3대 세습이 북한 사회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수령이 이룩한 혁명전통, 사상적 통일성과 함께 수령이 개척한 주체의 위업을 달성하자는 극도의 개인숭배와 이데올로기를 통한 사회적 총동원을 통해 북한 사회는 김일성 개인이 일제로부터 조국을 해방시켰다는 영웅적 카리스마에 반응하게 되었고 혁명적 소명의식을 느끼면서 자신의 영웅적인 지도자에게 자신을 내던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카리스마적 권위는 관례화 되었고 혈통본위의 정당화 속에 지금까지 북한 사회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의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이 당 창건의 정통성을 찾습니다. 항일무장투쟁은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자리 잡게 되었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가치관이나 사상 도덕 기준을 규정하는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항일빨치산 활동은 탈식민지 시기의 영광을 재현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살도록 강요합니다. 항일무장 투쟁기의 어려운 현실에서도 김일성과 항일 유격대원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무장투쟁을 하며 나라를 지켰듯이 현재의 북한 주민들도 미국과 남한을 위시한 자본주의 세력과 고난의 위기에서 항일 유격대와 같은 정신을 고수하며 지도자와 수령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발제하는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장윤석 학우


또한 북한은 집단주의에 기초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수령은 모든 구성원에게 사회적, 정치적 생명을 부여하는 존재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부모에게 받은 육체적 생명과 더불어 수령이 부여하는 사회 정치적 생명을 받아야 비로소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정치적 생명은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리의 핵심이 되었으며 수령-당-인민의 일심동체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수령-당-대중을 하나의 동일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로 규정하면서 그 뇌수 즉 인민대중을 영도하는 것은 수령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령의 지위를 사회적 집단의 생명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으로 높이면서 수령중심의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막스 베버는 공동체적 결속을 사회적 행위자들의 관계가 관련당사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정서적 또는 전통적)연대감에 기반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라고 파악하였습니다. 공동체적 결속은 또한 모든 종류의 정서적, 감성적 또는 전통적 기초에 기반을 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성과 정서를 근거로 자신들의 행동을 어떻게든 준거시킬 때 비로소 그들 간에는 하나의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고 하나의 실감된 연대감을 보여줄 때 비로소 공동체가 형성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베버는 역사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합법적 권위의 이상형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현재의 사회질서가 신성하고 따라서 그 질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에 기초한 권위인 전통적 권위, 사회의 구성원들이 법, 제도, 규약 등 공식적 규범에 대한 신성성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권위인 법적.합리적 권위,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떤 개인의 비범하고 초인간적인 힘이나 영웅적 힘에 대한 애착에 기초한 권위인 카리스마적 권위가 그것입니다. 북한의 지도자는 비범한 자질을 부여받았다는 리더에 대한 부하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믿음을 유지해야 되며, 자신의 카리스마를 계속 입증해야 합니다.


베버의 이론에 따르면 카리스마적 권위는 카리스마를 가진 개인(혁명적 지도자)과 그것을 추종하는 추종자간의 관계가 형성되고 거기에는 카리스마적 권위, 지배 그리고 지도력이 발생합니다. 또한 베버는 카리스마를 “보통 사람과 구별되는 초자연적, 초인간적, 최소한 예외적인 힘이나 자질을 가진 개인적인 자질과 인격”이라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카리스마적 지배체제란 어떤 특정한 인물의 신성성, 비범성, 영웅적·초인적 능력 등에 대한 신뢰에서 기인하는 지배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체제는 수령이라는 카리스마적 권위를 갖고 있는 존재를 위시한 전체 사회가 수령의 지시와 통제 하에 획일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회 구조의 정점에 서있는 수령을 통해 공동체는 집단주의적 면모를 강하게 보이게 되었으며 모든 정치적 현실 안에 카리스마적 지배체제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북한사회에서 카리스마가 세습되면서 주민들에 대한 억압적 통제와 외부와의 지속적인 긴장관계를 끊임없이 유지시켜야 했습니다. 따라서 지도자가 장악하고 있는 권력이 약화되거나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완화되면 그에 기반하고 있는 권위와 카리스마도 함께 추락하거나 사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 상황 속에서 앞으로 김정은이 갖고 있는 카리스마 권위는 앞으로 안정적으로 유지 될 것인가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현재 김정은의 카리스마적 권위는 앞선 두 지도자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김정은의 카리스마적 권위를 위협하는 것은 탈냉전 시기의 사회적 변화입니다. 탈냉전 시기 이후의 국제적인 지각 변동과 사회적 변화는 북한 사회에 대한 지도부의 새로운 접근과 태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둘째, 앞으로 북한 지도부 내의 엘리트 간 갈등과 세대적인 갈등을 카리스마적 권위로서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적 변화와 상이한 대내외적 환경은 앞으로 북한 사회가 과연 카리스마적 지도자를 내세운 유일사상체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를 보이는 정책과 수령의 영도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단방향성의 불 소통 체계, 북한 엘리트 사회를 이루는 메커니즘의 오작동은 북한의 카리스마적 권위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체제로서 지속 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결국에 근본적으로, 카리스마적 권위의 지속과 세습은 이러한 사회정치적 불안정성을 재생산 하는데 가장 큰 위협적인 요소가 됩니다. 시대적 변화와 카리스마적 권위는 서로 대조되는 혼재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게다가 70여 년간 이어진 카리스마적 권위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갈 수 없으며 더 이상 순기능적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토론 by 이소희


토론자인 이소희 학생은 북한의 사회적 관계 형성과 카리스마의 세습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관계 형성의 양상과 공동체적 결속에 대하여 설명하고 북한의 폐쇄성과 비정상국가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카리스마의 세습에 대하여 설명한 부분에서 발제자가 이 주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또한 카리스마의 향배를 예측해봄에 따라 세습에 대한 발제자의 주관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그러나 이 주제를 다루면서 세세히 다루어야 할 부분이나 발제자의 주장이 모순되는 지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발제문에서는 카리스마의 구축 과정과 카리스마의 영향력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북한사회에서 지도자가 가지는 카리스마 그 자체가 북한 사회 전체의 근간이 되고 그 존속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짚어보아야 할 문제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수령의 신격화의 전적인 영향력이 아닌 실질적으로 카리스마 자체가 국가의 방향에 끼치는 영향력의 정도입니다. 발제문에서 서술한 정도의 실질적인 영향력이라면 단기적이고 서둘러 행해졌던 김정은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 카리스마의 부족으로 인해 체제 자체가 흔들리는 양상을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족한 카리스마에도 불구하고 권력은 안정적으로 이양되었고 현재에는 공고화하는 추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는 곧 카리스마 자체가 북한의 원동력이 아님을 역설하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의 시스템의 힘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면모를 살펴보았을 때, 실질적인 카리스마의 영향 범위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의 속성에 대한 전제가 일관적이지 못합니다. 북한의 사회 정치적 생명체론과 내제화된 권력 구조에 대해서 설명 할 때에는 북한 주민들이 수령의 카리스마를 온전히 받아들여 자신들을 내던진다고 표현합니다. 그러한 카리스마가 사회 전반적인 바탕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 주민들의 카리스마에 대한 반응은 ‘공포와 보상’을 기반으로 실용주의적 계산이라고 서술합니다. 북한 사회의 완전한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러한 반응으로 바뀌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토론하는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이소희 학생


카리스마의 향배를 다루면서 결론적으로 북한의 폐쇄성과 비정상 국가화를 근거로 비정상국가의 탈피를 위해 카리스마적 권위로부터의 탈피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 사회를 비정상 국가로 설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그러한 비정상 국가의 기준이 무엇인지, 또한 자본주의 국가적 시각만으로 비정상과 정상을 구분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당위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탈사회주의 흐름을 거부한다고 해서 그것을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드러나 있지 않아 당위성이 조금 떨어집니다. 또한, 북한 사회 내의 카리스마적 권위의 중요성에 대해서 서술하면서 정상국가화를 위해서는 그 권위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근간 자체를 바꿔야만 한다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발제문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혁명의 시작인지, 아니면 북한 사회의 근본적 붕괴의 시작을 말하는 것인 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북한 사회의 이념적 사상적 바탕으로 인해 형성된 수령에 대한 숭배와 수령의 카리스마의 사회적인 영향력에 대해 서술한 기본적 설명이 구조적인 이해를 도왔습니다. 그러나 카리스마의 실질적인 영향력의 범위, 북한 주민들의 수용 자세, 그리고 카리스마의 미래에 대해 다루면서 가졌던 모순점들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현재의 북한은 달라진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중국과의 교류 증가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달라진 삶을 짚으면서 카리스마의 영향력 저하와 그 미래에 대해 예측해보았어도 좋았을 것입니다.   


토론이 끝난 후 동국대학교 고유환 교수는 "학생들이 북한, 통일 문제에 대해 자신만의 문제의식으로 참신하게 접근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며, "북한학과 학생으로서 앞으로도 전공 공부 뿐만 아니라 사회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동국대 1차 통일포럼 토론회]

① 김정은 정권에서 다시 바라보는 '북한의 위기' (클릭!)

② 한반도 분단과 평화에 대한 소고 (☞클릭!)

③ 북한에서의 사회적 관계의 형성과 카리스마의 세습 (현재 페이지)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