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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여름학기 세미나: 북한인권의 나아갈 길

 북한인권의 나아갈 길 (North Korean Human Rights: The Way Forward)



지난 7월 26일 화요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북한인권의 나아갈 길 (North Korean Human Rights: The Way Forward)이라는 주제로 국제여름학기 수업의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 세미나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국제여름학기 수업을 수강하는 외국인 대학생들은 물론, 국내 대학생들 다수가 참석했는데요. 저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은 아니었지만 초대장을 받아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렉 스칼라튜(Greg Scarlatoiu)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최석영 전 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 시네 폴센(Signe Poulsen) UN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장, 탈북자 이현서 씨 등이 참석하여 개회사, 기조연설, 토론, 질의응답, 폐회사 순으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왼쪽부터 그렉 스칼라튜, 시네 폴센, 최석영, 팀 피터스, 이현서, 김광진


이번 행사를 기획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사무총장이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방문교수인 그렉 스칼라튜 (Greg Scarlatoiu)는 개회사에서 지금 우리는 북한인권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을 지나고 있다면서, 특히 2014년 3월 발표된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앞으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조연설하는 최석영 교수


최석영 교수는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UN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개괄하는 한편, UN COI 보고서에서 언급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세 가지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1. 어떻게 가해자들의 책임규명을 할 것인가?

첫 번째는 어떻게 가해자들의 책임규명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요. 최석영 교수는 르완다나 유고슬라비아의 경우처럼 국제재판소를 설립하거나,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당장 이행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여 증거를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것인가?

두 번째는 어떻게 북한 내부와 외부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최석영 교수는 인도주의적 지원이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피해자들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단순히 재정적, 기술적 지원에서 나아가 정신적, 심리적 재활을 위한 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3. 어떻게 통일을 위한 화해 프로세스를 수립할 것인가?

세 번째는 어떻게 통일 과정에서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최석영 교수는 UN COI 위원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책임규명 절차는 ‘인권 대화, 화해 프로세스’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어떤 식으로 전환기 정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법적, 정치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발언하는 시네 폴센 UN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장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시네 폴센(Signe Poulsen) UN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장이 먼저 발언했는데요. 시네 폴센 사무소장은 안전보장이사회나 인권이사회 등 UN의 각 이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소개하는 한편, 작년 8월 개소한 UN 북한인권 서울사무소가 설립된 배경과 역할을 소개했습니다. 시네 폴센 사무소장이 말한 UN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1) 북한의 인권 상황 모니터 및 자료 축적

첫 번째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여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나가는 것입니다. 시네 폴센 사무소장은 북한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인권 침해 현장에 접근할 수 없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피해자들을 인터뷰하는 등의 정상적인 방식을 사용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탈북자들의 증언을 활용하는 한편 연구소나 학계, 정부, 국제기구 등에서 북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을 인터뷰하고, 위성사진 등의 기술적 자원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인식 제고

두 번째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식을 제고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네 폴센 사무소장은 사무소 차원에서 각종 국제 회의나 포럼, 세미나 등에 참가하여 발언하는 한편, SNS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 축적한 자료를 UN에 전달하여 보고서로 작성 

세 번째는 서울사무소에서 수집한 자료를 UN에 전달하여 UN에서 발간하는 각종 북한 관련 보고서에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번 9월 UN 총회에서 발간 예정인 보고서에도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에서 제공한 자료들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4) 역량 강화(Capacity Building)를 위한 유관 국가들과의 협력

네 번째는 역량 강화를 위해 유관 국가, 정부들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시네 폴센은 이 부분이 사무소의 역할 중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부, 시민단체들과 북한인권 문제에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이들이 UN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절차적, 행정적 조언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발언하는 탈북자 이현서


이어서 ‘북한으로부터의 탈출 (My Escape from North Korea)’ 이라는 제목의 TED 강연으로 8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던 탈북자 이현서 씨가 발언했는데요. 이현서 씨는 작년 7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자서전 ‘7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어느 탈북자의 이야기 (Girl with Seven Names-A North Korean Defector’s Story)’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토론에서 이현서 씨는 자신이 탈북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북한 주민은 물론 탈북자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과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지를 말했는데요. 이현서 씨는 탈북을 하기로 결정했을 당시에는 앞으로 가족들과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게 될 지, 중국에서 그렇게 오래 도망자의 삶을 살아야 할 지 몰랐다면서, 자신의 이름을 일곱 번이나 바꾸며 숨어 지냈던 경험을 말했습니다. 이현서 씨는 2008년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을 한국으로 탈북시키기 위해 수없이 설득해야만 했고, 가족들을 설득한 뒤에도 가족들과 함께 위험한 탈북을 다시 한 번 겪어내야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이 라오스의 감옥에 수감되기까지 했지만 결국 2010년 가족 모두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현서 씨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탈북을 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면서, 만약 이 모든 것을 알았더라면 할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답했는데요. 이 대답에서 탈북을 결심하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다시 한국으로 와서 정착하기까지 이현서 씨가 겪어내야 했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발언하는 팀 피터스 Helping Hands Korea 대표


팀 피터스(Tim Peters) Helping Hands Korea 대표가 이어서 발언했는데요. Helping Hands Korea는 중국으로 탈북한 탈북자들에게 피난처와 음식, 옷, 구급약품 등을 제공하여 탈북과 정착을 돕는 기독교 단체입니다. 특히 팀 피터스 대표의 활동은 타임지, BBC, 뉴욕 타임즈 등의 저명한 외신에서 앞서 조명한 바 있습니다.


팀 피터스 대표는 중국으로 탈북한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토론에서 북중접경지역의 상황에 대해 발언했는데요. 특히 작년부터 북한과 중국의 보안이 강화되어 탈북자 지원 및 구조 활동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팀 피터스 대표는 지난 5월 3일 북중접경지역인 장백산 지역에서 약 20년간 탈북자들을 돕고 기독교를 전파하던 목사 한충렬 씨가 북한 보안요원들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유감을 표했는데요. 자세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특히 한충렬 씨가 목사라는 점이 북한에게 민감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중국의 탈북자들을 돕던 미국인과 캐나다인 동료가 12개월간 중국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다면서, 북한 당국에서 탈북 시도와 기독교 전파에 특히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탈북자이기도 한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위원이 발언했는데요. 김광진 선임위원은 북한에 있을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장성택과 7년 동안 함께 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광진 선임위원 역시 북한에서의 생활과 인권 침해 실상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김광진 선임위원에 의하면 북한의 아이들은 9살 때부터 정치조직에 소속되어 공동생활을 하게 되고, 정기적으로 생활총화나 사상교육을 통해 북한의 주요 사상을 주입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각 마을에는 인민반이라는 가장 낮은 단위의 조직이 있어 항상 이웃의 행동을 감시한다고 하는데요. 인민반장은 행동을 감시할 뿐 아니라 시시때때로 각 가정을 방문하여 문 앞 길을 치우거나 행사에 참가하라는 등의 지시를 하달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진 것처럼 신분(성분)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주민들을 핵심계층, 기본(동요)계층, 적대계층의 세 계층으로 나누는데, 적대계층에 속할 경우 직업, 교육, 주거 등 다양한 방면에서 차별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핵심계층에 속해서 당이나 행정기관에서 일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말 실수로 인해 어느 날 사라져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는 일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김광진 선임위원은 비록 북한의 인권 상황이 매우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국제사회와 각종 인권단체들의 노력으로 북한이 UN에서 해명을 시도하는 등 인권 문제에 대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여름학기 세미나 북한인권 문제의 나아갈 길 (North Korean Human Rights: The Way Forward)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전까지는 북한인권 문제를 어떻게 국제사회에 공론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부터는 구체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제9기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이화여자대학교 유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