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①당대회란?

2016년 5월 6일부터 9일까지, 북한에서 36년만에 당대회가 개최되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18일 수요일,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당대회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김정은 체제와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라는 이름의 학술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먼저 지금까지의 당대회에 대해서 간단하게 확인해볼까요?


  당대회란?

  조선노동당 당대회는 북한에서 가장 큰 국정행사입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과 북한이라는 국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당-국가 체제고, 당대회는 조선노동당의 가장 큰 대회입니다. 따라서 당대회는 북한의 국정을 평가하고 방향을 정하는 가장 큰 행사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총선과 대선을 합친 규모의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대회는 지금까지 총 7회 개최되었습니다(사진: 제6차 당대회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민족21).

제1차 당대회(1946.8월)는 조선노동당의 전신인 북조선노동당 대회로 개최되어 북조선노동당의 창립을 공식화했습니다. 최근 북한은 1차 당대회 개최연도를 1945년으로 수정했습니다.

제2차 당대회(1948.3월)는 1차 당대회에서 제시됐던 '부강한 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재확인하고, 외세를 엄격히 배격하는 자주통일 노선을 제창했습니다. 이는 남한 지역의 우파 인사들의 생각과 배치되는 것으로, 이로써 분단이 남북 모두에게 사실상 공식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3차 당대회(1956.4월)는 북조선노동당이 조선노동당으로 개편(1949)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당대회로, 박헌영 등 남조선노동당 세력이 숙청된 이후 개최되었습니다. 김일성은 이 대회에서 '반종파투쟁'을 기치로 세웠으며, 대회 후 56년 8월에 '8월종파사건'이 일어나 반-김일성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가해졌습니다.

제4차 당대회(1961.9월)는 한국전쟁 전후복구를 성공적으로 마친 북한의 자신감이 가장 넘쳤던 때 개최되었으며, '북반부에서의 사회주의 완전승리'와 '인민경제발전 7개년 계획'이 선포되었습니다.

제5차 당대회(1970.11월)에서는 당규약이 개정되었는데, 당 지도이념이 맑스레닌주의였으나 여기에 주체사상이 추가된 것입니다. 이는 김일성 유일지도체계를 공고히하고 당시 중국과 소련의 분쟁 속에서 북한이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제6차 당대회(1980.10월)에서는 당 지도이념에서 맑스레닌주의가 삭제되고 주체사상이 유일하게 선택되었으며, 김정일이 공식적 후계자로 선포되었습니다. 김일성은 "인민이 쌀밥에 고깃국을 먹을 때까지 당대회를 개최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이 지시 때문에 김정일이 당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7차 당대회(2016.5월)에서는 주체사상이 발전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당의 지도이념으로 선택되고, 경제-핵 병진노선이 정책노선으로 공식화되었으며,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공식 승격되었습니다.


▲제7차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승격된 김정은 ⓒAP


▲전체 진행을 맡은 동국대 김일한 박사



▲왼쪽부터 현대북한연구회 안제노 회장, 한국평화연구학회 최춘흠 연구원,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 


축사를 맡은 현대북한연구회 안제노 회장은 "제7차 당대회 개최된지 얼마 안된 이 시점에 저명한 학자들 모시고 심층분석을 통해 향후 북한 국가전략과 대외정책을 전망해보는 것은 의미있고 뜻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평화연구학회 최춘흠 연구원은 "본 학술대회에서 1차부터 7차 당대회까지의 역사적 의미를 같이 평가함으로써,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전반적 분석까지도 같이하는 것이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고유환교수 또한 "북한 체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학술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뒤이어 경향신문 논설주간 이대근 논설위원이 기조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1차부터 7차까지의 모든 당대회를 포괄적으로 분석하며 7차 당대회에 대한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아래는 이대근 논설위원의 기조발제 내용입니다.


7차 당대회는 6차 당대회의 복사판


총 7회 개최된 북한의 당대회는 4차 당대회를 전후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1차~4차 당대회에서는 경제개발이 강조되었는데, 경제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5차~7차 당대회에서는 정치이념이 강조되었습니다. 정치이념이 강조된 것은 경제개발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이 줄어듦에 따라 자신감의 부족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6차 당대회때 급격히 드러났으며, 이번 7차 당대회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7차 당대회는 '오래된 미래'를 비전으로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차 당대회는 분단 직후의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북한이 통일정부의 주도권과 정통성을 갖기 위한 대회였습니다. 3-4차 당대회는 김일성 유일지도체계를 공고히하는 한편 경제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방법론을 제시하는 대회였습니다. 특히 4차 당대회는 미래에 대한 낙관과 희망이 넘치는 고조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며, 북한은 당대회를 '승리자의 대회'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5차 당대회까지 어느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기조발제하는 경향신문 논설주간 이대근 논설위원


하지만 5차 당대회가 개최될 무렵 북한 경제는 성장동력이 고갈되고, 또한 정치적으로 중-소 갈등에 맞서 북한의 자주성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대회는 승리자의 대회가 되어야했으므로, 이념적인 승리로 자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당 지도이념에 주체사상이 추가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6차 당대회에서는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어, 경제계획은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다루어진 반면 정치사상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김정일이 사상적 지도자로서 후계자로 등극한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7차 당대회는 6차 당대회의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국가 운영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없고, 정치사상(7차 당대회에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에 집착하며,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했습니다. 7차 당대회는 북한 체제의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은 없었지만, 공산권 붕괴와 경제난 속에서도 생존한 북한의 위력을 스스로 확인하고 앞으로도 생존할 것이라는 북한식의 승리를 천명한 것입니다.


경제개발에 대한 북한의 의지


이 북한식 승리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가 바로 '핵무장'입니다. 핵무장은 김정일과 김정은의 특출난 전략이라고 하기보단 김일성의 국방 우선 노선과 김정일의 선군정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수령의 유일지도체계가 확립되어야만 국가와 인민이 생존할 수 있다는 '혁명적 수령관'을 중시하는데, 핵은 수령의 유일지도체계를 확립하는 동시에 국가의 생존을 보장하는 수단입니다(김정은 집권 후 유일지도체계는 유일영도체계라는 명칭으로 바뀝니다). 북한은 이러한 논리에 따라 7차 당대회를 승리자의 대회로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가 완전히 경시된 것은 아닙니다. 김정은은 이러한 정치적 통제와 권위는 확립하되, 경제적으로는 유연성을 일정 부분 허락하는 일종의 정경분리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7차 당대회에서 당 인사들에게 군대 통제 역할을 맡긴 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봉주 내각총리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박봉주는 북한의 경제전문가로 드물게 개혁적인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박봉주를 당중앙군사위원으로 임명하며 군대를 지휘할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경제 전문가가 북한의 군대에 대한 권한을 갖는 것입니다. 이는 경제-핵 병진노선이 북한에게 단순한 수사가 아닌 실천적 과제임을 나타냅니다.


▲학술대회 현장 모습



지금까지 북한의 당대회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북한은 7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체제와 정치이념을 공고히하되 경제발전의 불씨를 키우고자 하는 것입니다. 기조발제에 이은 1세션, 2세션에서는 7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의 국가전략과 대외전략에 대해 더 깊이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1세션, 2세션에서 또한 북한에 대한 아주 흥미롭고 날카로운 분석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내용은 이어지는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北 제7차 당 대회 특집 기획 연재>

1. 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①당대회란? 

2. 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②북한의 국가전략 ☞클릭!

3. 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③북한의 대외정책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