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주최의 제72차 전문가 포럼 <북한 로켓발사와 개성공단 전면 폐쇄, 기로에 선 남북관계>이 재단 내 3층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포럼 시작 전, 주최 측에서 마련한 청중좌석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에서 이번 주제에 대한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포럼은 총 2명의 발표자와 4명의 토론자로 구성되었으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형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장의 인사말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습니다.  

포럼 시작전부터 자리를 가득메운 청중들 (사진촬영:이준호)

 첫 번째 발표는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동북아 국제정치'를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김흥규 소장은 "북한 제4차 핵실험을 계기로 2016년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께서 사드 도입 검토 발언을 함으로써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큰 전환점을 맞았다. 즉, 현재의 기조는 맹미·견중·억북(盟美牽中抑北)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21세기의 한반도 및 국제 환경의 본질에 대한 이해, 향후 어떻게 한국이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원칙과 비전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중국의 부상 및 변화하는 미중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매 선택의 결과로 나타날 이점과 비용(기회비용 포함)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어 북핵 실험에 대한 한중 및 주변국들의 대응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번 4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핵문제가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강조한 ‘민생중시’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남북 관계 개선과 북·중 관계 개선이 용이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3차원적 대립구조 형성... 우리의 독자적인 안보 역량 구비해야

 또한 동북아 국제정치에 ‘3차원적 대립 구조’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하며, "현 상황은 북 vs. 5자, 혹은 북·중·러 vs. 한·미·일의 구도가 아닌, 한·미·일 vs. 중·러 vs. 북의 3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관건은 중·러를 어느 쪽으로 이끌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중 전략 경쟁의 국면에서 탈출하여 북한에 대한 제재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며 "이 상황에서 사드 문제를 본격 제기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라는 차원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으나 이미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유감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흥규 원장은 "전통적 의미의 안보와 포괄적 의미의 안보 사이의 명민한 사고가 요망된다. 또한 현재 중국과의 관계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을 다 같이 고려하고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지정학적 이해와 국력에 부합한다."며 "사드 논란과 배치는 한·미·중 대립의 사안이 아닌 협력의 사안으로 만들어야 하고, 우리 주도의 대북 억제 안보 역량을 강화하여 북한을 실제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우리의 독자적인 안보(공세적 타격) 역량을 구비하는 데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제언하였습니다.

포럼 현장 (사진촬영: 이준호)


 이어서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딜레마에 빠진 통일대박론과 대북정책의 방향’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통일대박론의 성과에 대해서는 "한국체육학회, 대한건설협회, 대한기계학회 등 과거 통일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단체들이 통일(준비)위원회 활동 등으로 통일논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등 통일 논의의 전 방위적 확산과 통일친화적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통일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신(新)담론 구조를 창출하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통일 ‘이후’ 시나리오의 과잉과 통일 ‘이전’의 정책 상상력 부재하였고, 통일준비 작업에 대한 북한의 호응 유도 실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정체와 이행 동력을 상실하였다."며 한계점이 있었음을 밝혔습니다.

 

    주변국 외교 일관성 유지와 중장기 대화 국면 대비해야

 이어 대북정책의 현 단계 평가와 향후 대응 전망에 대해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입각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 상실되었고, 따라서 현 단계에서 남북간 대화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지만 판문점 및 군 통신선 등 연락 창구 단절과 상호 비난 고조 상황에서 당분간 남북접촉 재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이고, "북한의 국지성 추가 대남 도발에 대한 가능성 상존하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 형성 가능성 대비하여 대북정책 및 주변국 외교의 일관성 유지와 중장기 대화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두고 남북관계 반전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4명의 토론자가 발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이익구조에 대한 명확한 이해 필요... 보다 창의적인 대북 정책 개발 필요

 먼저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박인휘 교수"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외교 스탠스와 정책적 입장은,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을 외교적으로 더욱 곤경에 빠뜨리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며 "일단 현 상황에서는 정부가 설정한 스탠스가 바람직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다 창의적인 접근과 정책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단기 정책 과제와 중장기 정책 과제를 분리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고,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이익구조(interest structure)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북한문제가 ‘현상 유지’적 측면과 ‘현상 악화’적 측면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생긴 '거품'이 문제를 야기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동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핵실험과 로켓발사는 한중관계에 끼어 있던 거품을 터뜨림으로써 양국관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며 "거품이란 서로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함으로써 양국관계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그 중 하나이다. 이는 자신이 바라는 일의 실현가능성을 과장하는 인지적 오류를 일컫는다. 외교(外交)를 사교(社交)와 혼동하는 것도 또 다른 착각이다. 지도자의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핵심적 국익에 관한 상대국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한국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통일에 관해 중국에게 과도한 기대를 걸어 왔다. 잘만 설득하면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비핵화 압력을 가하고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온 것인데, 반면에 중국은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입장변화 가능성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었던 듯하다. 한국을 포섭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거나 와해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현 상황이 발생한 이유를 분석하였습니다.

포럼 현장 (사진촬영: 이준호)

 

    우리 정부의 외교적 자율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어야

 세 번째 토론자였던 이정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일대박 담론의 한계를 보여준 2015년이었다."며 "통일대박 담론이 결국 북한의 태도 변화 유도와 무관한 대남 이미지 정책이었음을 실증한 것이고, 북한 정권 붕괴 정책을 가시화함으로써 대박이라는 담론의 구성물이 북한 체제 붕괴의 결과물이라는 심증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것은 남북 간 관계 속성과 대북 정책 간의 인지 부조화의 귀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비공식 대북 접촉과 공식 대북 협상의 역할 구분에 실패하였고, 제재는 징벌의 성격과 전략의 성격, 양자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응징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전자로 폭주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현 상황을 신 냉전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구조적 접근의 결과이나, 이는 결국 한국정부의 자율성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접근법인 만큼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핵 협상의 입구와 출구를 나누고 끊임없이 로드맵을 제출하고 수정, 재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더욱 강력한 '대북 퍼주기' 논리가 지배할 것... 영구분단 가능성도 배제 못해

 마지막 토론자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겸 연구실장은 "결론적으로 우리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 문을 닫는 이번 초강수 조치는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이며,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아 보인다."며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 목표의 전면 수정에 따른 예측 불가능성 심화되었고, 앞으로 모든 교류협력 사업은 곧 핵·미사일 이용이라는 정치적 잣대로 판단해 중단시킬 수 있는 선례를 남긴 셈이기 때문에 이제 과거에 나왔던 대북 퍼주기보다 더욱 강력한 ‘대북 퍼주기’ 논리가 남북관계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 전체를 제재 대상화한 것 즉, 개성공단에서 우리 기업과 동거 동락한 5만 4천여 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의 생계와 삶의 터전을 무책임하게 외면한 것과 다름없고, 새로운 정부가 기존 남북간 합의를 복원하고, 상호 신뢰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남북한은 영구 분단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포럼은 질의응답과 기념촬영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장시간의 발표와 토론을 들으며, 저는 향후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한 임을출 연구실장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늘 경계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봐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상호 수용이 가능한 목표 설정과 협상을 시도하여 종합적인 북핵 해법을 제시하고, 민간차원의 남북경협 등은 민족 동질성 회복, 경제 격차 해소를 통한 통일 비용 최소화, 상생 협력 기반 확대 등 다른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의 핵실험은 반드시 규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북한 일반 주민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노력,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였던 '북한 모자보건 1000일 프로젝트' (북한의 산모와 영아를 대상으로 UN과 협력하여 분유 등의 기초적인 생필품을 지원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함)등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진정한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어나가는데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평화적인 노력이 축적될 때 한반도 내 위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안보적인 능력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가운데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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