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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청년, 통일을 말하다 <상>

지난 1월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에도 통보하지 않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도발이었죠. 이후 남북관계는 얼어붙었습니다. 북한이 초래한 ‘비정상적 사태’로 지난해 어렵게 타결한 ‘8·25합의’는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 방안을 두고도 주변 강대국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적극적이고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길 주문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북한의 돈줄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나라는 중국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라는 3대 원칙을 내세우며 강력한 제재보단 대화 재개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입니다.


△<청년, 통일을 말하다>에 참석한 세 청년이 북핵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민(20)씨, 김영진(22)씨, 이세종(23)씨 [하준호 대학생 기자]△<청년, 통일을 말하다>에 참석한 세 청년이 북핵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민(20)씨, 김영진(22)씨, 이세종(23)씨 [하준호 대학생 기자]


 이 엄중한 현실을 한국의 청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은 북한·통일 관련 동아리 또는 학회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초청해 작은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이세종(23·서울대 외교학과 3학년) 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SNU KOA) 대외협력팀장, 김영진(22·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대학생 정치통일 매거진 The Movement 대표, 이수민(20·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3학년) 여대생통일연구학회(UNEAR) 리서치팀장이 참석했습니다. 김명종 기사1부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토론회는 1월 28일 연세대 경영관에서 열렸습니다.

 세 사람에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는데요. 이들은 모두 신중한 태도에 입각한 대화와 설득 만이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 1월 22일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부처의 업무보고가 열렸습니다. 외교·국방·통일부 등 외교안보 분야 관계부처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2016년에 추진할 정책에 대해 보고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관련 당사국이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5자회담’ 발언은 북핵문제의 당사국인 북한을 제외하자는 뜻으로 해석돼 언론의 주목을 받았죠. 당일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에 대해 “9·19 공동성명을 잘 지키고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해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자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세 사람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5자회담’을 제안하는 등 6자회담 무용론이 공식 석상에서 논의됐는데.

이세종=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은 창의적입니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고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아요. 의장국인 중국부터 당장 반대했습니다. 미국도 ‘6자회담 틀 내’라는 전제 하에서 5자 공조에 찬성하는 입장이죠. 6자회담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진 않지만 가장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없어요. 무용론에 앞서 왜 6자회담이 가동하지 않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겠죠.

김영진=6자회담은 최고의 선택이에요. 국제 협상은 모든 이해당사자가 나와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성과가 단순히 만남일 수도 있고, 실질적인 성과일 수도 있죠.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해요. 가장 필요한 건 ‘소(小)다자외교’입니다. 6개국 내에서 소다자협의를 거쳐 의견을 일치시킨 후에 6자회담 테이블로 나가야 합니다. 소다자외교를 통해 6개국 간 관계를 넓히는 게 우선입니다.

이수민=6자회담 자체보다는 그 안에서 한국의 발언권에 주목하고 싶어요. 북한 핵위협의 당사자는 한국인데 한국의 발언권이 너무 약하다고 느낍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공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가 있겠지만요.


-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6자회담의 대안은 없을까.

세종=결국 6자회담을 할 수밖에 없어요. 대신 처음에 조금씩 만나서 의견을 조율하고, 이후에 큰 틀에서 합의하는 방법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는 시각에서 소다자외교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거니까요. 6자회담을 없애고 다른 걸 하자는 것은 결국 이름만 바꾼 또 다른 6자회담이 될 것입니다.

수민=일각에선 EU나 호주 등 6개국 외 다른 나라가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해요. 하지만 EU나 호주 등이 참여하면 그들의 이해관계가 하나 더해지겠죠. 그러면 회담 자체가 산만해질 겁니다. 그들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다고 해도 효과적일지는 의문이에요. 북한이 그들을 신뢰할 지도 미지수고요. 결국 6자회담이 최선입니다.



 김영진 대표가 제시한 소다자외교(또는 소다자협의)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한국은 미국, 일본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와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접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엔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놓고 중국과 조율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한·미·일은 전례 없는 강력한 제재로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표면적으로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북한을 옥죌 마음이 없는 것이죠.

 한편 세 사람은 6자회담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데 공감했습니다. 그 어떤 대안이 나와도 6자회담으로 귀결될 거라는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이수민 팀장은 “6자회담에서의 한국의 발언권”에 주목했습니다. 핵무기를 머리 위에 지고 있는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그렇다면 바람직한 한국의 대응은 무엇일까요. 


-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어때야 할까.

세종=중국의 대북 지원을 차단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제재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국이 5·24조치 등 독자적인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건 남북관계만 더 경색시킬 뿐 얻는 건 없어요. 북·중교역이 계속된다면 한국과의 경협을 포기해도 북한이 크게 망하진 않을 거에요.

수민=같은 생각입니다. 독자적인 압박은 소용이 없어요. 한 칼럼에서 국제문제와 남북문제는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한 걸 봤어요. 북한의 핵실험에 확성기로 대응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핵실험은 국제문제고, 확성기는 남북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좀 더 국제사회 공조를 이끌어내는 차원에서 대응해야 합니다.


-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수민=한국이 너무 미국과의 관계에만 치중하는 거 같아요. 사실 카드는 중국이 쥐고 있는데. 중국을 상대로 더 많은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영진=중국이 북한을 버리지 못하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한국도 중국에게 강력하게 우려를 표명하고, 입장을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지원을 아예 끊어버리라고 하는 것은 훗날 한국에게도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겁니다.

세종=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북한을 여전히 ‘버퍼존(Buffer Zone·완충지대)’ 으로 여기는 구시대적 시각이에요. 둘째는 북한의 급변사태 시 대규모 난민 유입에 대한 우려죠. 마지막은 통일 한반도가 미국과 강력한 유대로 중국에게 위협이 되진 않을 지에 대한 걱정이에요. 여기서 한국이 해야 할 건 중국이 걱정하지 않게 해주는 겁니다. 오직 한국의 국익만을 생각하고 중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일각에서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과 ‘핵무장론’을 주장합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나 기업, 은행 등도 함께 제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 중국이 주된 타깃(Target)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북한은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핵무장론은 그간 북핵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간헐적으로 등장했던 주장인데요. 이번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다음날인 1월 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이 집권 여당이라는 점과 핵무장론을 꺼낸 이가 다름 아닌 원유철 원내대표라는 점 때문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습니다. 이날 원 원내대표는 “북한이 계속 우리 머리에 핵무기라는 권총을 겨누고 있는데 우리가 언제까지 제재라는 칼만 갈고 있을 것인지 답답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에 맞서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와 핵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같은 당 김을동 최고위원과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동조하면서 파장이 커졌죠.


- 세컨더리 보이콧은 필요한가.

영진=너무 나간 거라고 봐요. 미국과 중국 간의 다툼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수민=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한·미·일 삼각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을 압박한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요. 미국은 중국에게 같이 협력해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대립각을 세우려고 해선 안돼요.

세종=이란 핵 협상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이 통했던 것은 이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란과는 다른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해요.


-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할까.

영진=일부 여당의원의 ‘핵무장론’은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생각해요.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현실가능성도 떨어집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죠. 핵무장이 정말 마지막 카드가 될 수는 있다고 봐요. 하지만 그 순간 한반도는 그야말로 세계의 ‘화약고’가 될 겁니다.

세종=미국은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하는 세계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또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하지 못해 다른 방안을 강구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미국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 그 자체에요. 그 신뢰가 무너지면 너도 나도 핵무장에 나설 겁니다.


 핵무장론까지 얘기하고 나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입니다. 사드는 2014년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한미연합사령관이 미 국방부에 한반도 배치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주장하는 이유는 북한이 개발하는 탄도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사드에 활용되는 레이더의 사정거리가 중국 대륙까지 포괄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용이라며 중국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아직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협의 요청이 없지만 유사시 철저히 국익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남한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이를 레이더가 감지해 요격하기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사드는 무용지물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드 배치에 드는 경제적·시간적 비용도 논란거리입니다.


△이세종 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대외협력팀장(오른쪽 첫 번째)이 자신의 의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준호 대학생 기자]△이세종 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대외협력팀장(오른쪽 첫 번째)이 자신의 의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준호 대학생 기자]


- 사드 배치는 필요한가.

수민=사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에요. 나중에 국제적으로 갈등을 빚을 수 있어요. 특히 중국과 잘 쌓아온 관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가장 많이 구입한 나라라고 하죠. 그런 점도 고려해서 사드 배치를 검토해야 합니다.

세종=북한이라는 위협요소를 고려했을 때 꼭 필요하다면 적극 투자해서 배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중국의 반대를 해소하는 게 먼저에요.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과 다르게 생각하는 중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아니라고 설명해야 해요.


 세 사람은 무엇보다 6자회담 내에서의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을 희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국제문제와 남북문제를 구분해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한 정책을 중단하지 말자”는 의견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세 사람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아 토론이 치열하진 않았는데요. 하지만 북핵문제를 논하는 청년들의 태도는 시종일관 진지했습니다. 이들은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습니다. 각자의 생각이 뚜렷한 소신으로 자리 잡고 있을 만큼 해당 주제에 대한 공부량이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청년, 통일을 말하다 <하>’에서는 2016년 통일부 업무보고와 관련해 세 청년과 함께 나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통일부기자단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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