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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다문화 시대에 적합한 통일은? - '제 2차 경기평화통일포럼' 현장

  최근 우리나라에도 국제결혼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통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시대적 변화 상황을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반도 통일은 남북의 문제이면서도 다문화시대를 맞이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민족 간의 국제적 교류가 일상화되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통일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는 지난 10월 28일 '다문화 시대에 적합한 통일기반 구축'을 주제로 한 제2차 경기평화통일포럼에 참가하였습니다.

△ 제2차 경기평화통일포럼이 주최된 안산 하이비스웨딩홀 내부 모습△ 제2차 경기평화통일포럼이 주최된 안산 하이비스웨딩홀 내부 모습

한종기 연세대 교수가 주제를 발표하고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이 첫 번째 지정토론자, 박혜란 국가보훈안보연구원 교수가 두 번째 지정토론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이 참가하지 못하게 되어, 사회자와 한종기 연세대 교수, 박혜란 국가보훈안보연구원 교수가 포럼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발제자 한종기 연세대 교수, 유영옥 사회자, 박혜란 국가보훈안보연구원 교수의 모습△ 발제자 한종기 연세대 교수, 유영옥 사회자, 박혜란 국가보훈안보연구원 교수의 모습

아래의 내용은 발제자인 한종기 연세대 교수와 토론자인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 박혜란 국가보훈안보연구원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다문화 시대에 적합한 통일 기반에 대해 고찰해 본 것입니다.

1. 문제제기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평화공존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내세우며 남북한 관계발전, 한반도 평화정착, 통일기반 구축을 3대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제자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 환경의 유·무형적 요인의 부정적 영향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중요한 원인으로 먼저 ①국내외적 유형적 요인의 경우, 외적으로는 남한 정책에 대한 북한 당국의 불신과 반발,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의 국가관계가, 내적으로는 우리 사회 내부의 경제역량과 정치사회적 역량,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둘째 ②무형적 요인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국민적 신뢰와 공감을 결집시키는 동원력을 형성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통일을 위한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형성문제는 실질적인 성과도, 논리적 확산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평화 통일기반 구축이 이상적 당위성에서 실천적 내용을 담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발제자는 그 답을 '사회문화적 기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통일의 동력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천으로써 통일기반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구성시켜나가는 가장 기저에 위치한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2.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일기반 구축의 방향

 박근혜 정부는 '통일인프라강화'와 '한반도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선순환 모색'을 통일기반 구축의 과제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4년 8월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을 통해 남과 북의 물리적 통합을 넘어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고 대도약을 이끄는 성장 동력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의 활동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의 활동계획>

 구분

내용 

 통일준비 제반 과제연구·논의

 ·통일청사진 제시 : ①통일헌장 제정 방향, ②새 통일방향, ③통일 로드맵, ④기존통일정책 종합 검토

·한반도평화와 국제협력 : ①한반도 신평화 구상, ②통일문제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③다자(남·북·중·러) 경제협력, ④한반도 종단철도와 대륙철도 연결

·상생과 융합의 생태환경 통합 : ①DMZ 세계생태평화공원에 대한 국민공감대 심화, ②유엔기후변화 대응메카니즘을 활용한 남북경험

·인도적 지원 및 민생인프라 구축 : ①임농복합형 산림녹화와 농촌개발, ②북한경제 특구지원, ③새로운 패러다임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 ④북한정보통합DB구축

·국민통일공감대 확산 : ①통일준비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역할, ②평화통일에 대한 국민공감대 형성, ③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새로운 평화통일교육

 한반도 평화통일

국민공감대 확산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공감대 확산을 위해 위원회의 전체 및 분과별로 ①공개 세미나 개최, ②공청회 개최

통일청사진 제시 

 통일청사진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①각종 공청회, ②지방순회세미나, ③재외동포 간담회, ④국민대토론회 등을 추진

(출처 : 통일준비위원회 홈페이지 내용의 재구성)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구상하고 있는 통일기반구축은 다음의 표에서 보이는 단계를 따르고 있습니다.

<통일기반 구축의 3단계와 단계별 세부과제>

 구분

 국내

 남북

국제 

 1단계 : 통일기반 준비

 새로운 통일방안

(가칭한반도공동체 통일방안)

인도적 지원

스포츠·문화교류

동북아 다자회담

 2단계 : 통일기반 형성

 통일연구의 고도화와 민·관·연 네트워크

민생인프라 건설 및 민족 동질성 사업

동북아 공동선언

개성공단 국제화 및 역외가공지역 인정

 3단계 : 통일기반 완성

동북아 통합비전 제시 및 연구 고도화

에너지·물류 인프라

(남·북·중·일, 남·북·러·일)

동북아 안보협력기구

(출처 : 통일연구원, 『신뢰정책의 과제와 추진전략』(서울: 통일연구원, 2014), p.203.)

중요한 점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통일기반 구축을 위한 정책으로서 실천적 함의를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신뢰'는 규범적 호소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전략으로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 다문화 특성을 반영한 통일기반 구축의 당위성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의 '신뢰'는 한반도의 특수성이 반영된 전략적인 것이며, '프로세스'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발전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의 정책수단으로서의 신뢰와 정책목표로서의 신뢰라는 이중성을 통합적 지향성을 갖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신뢰'는 수단이자 목표인 동시에 통일 기반 구축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단순한 민족 정체성 형성을 넘어 근대화된 민주적 시민사회 형성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다문화주의는 지구화시대에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타 민족의 국제적 이주가 빈번해지며 한 국가 안에 여러 나라 출신의 사람들이 함께 활발한 문화 교류를 하고 있는 시대 상황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주민을 타인으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질성과 다양성을 인정해야 함에도 외부 요소 유입을 배제하며 단일성을 지향하는 욕망이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발제자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단일성에 대한 개념을 전환시켜 통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필요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시대적 상황이 통일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방 직후부터 지금까지 통일의 목적과 의미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민족정체성에 대한 공감의식을 전제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상황은 폐쇄적이 아닌 다른 문화도 존중하는 열린 정체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통일의 목적과 의미도 구성원간 교류 과정에서 편견과 차별을 제거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청소년은 개인주의적 의식과 다양성이 증가하는 변화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다문화사회의 다양성을 토대로 남북통일에 접근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실질적인 통일은 궁극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가치의 통합과정을 관리해 내는 역량 배양 여부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즉, 통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는 과정, 즉 구성원들이 공통의 규범과 가치를 내면화하고 공통의 생활양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실질적 통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차이를 생산적으로 이용하는 사회통합 메카니즘을 창출한다면 통일기반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차이점과 공통점으로서의 다양성'에서 출발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생산적으로 관리하는 다문화사회의 다양성관리 방안은 남북통일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셋째, 남북통합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는 것이 통일준비에 대한 이념적, 정치적, 지역적, 세대적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사회는 여러 갈등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은 세심한 배려가 없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저강도 위기'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통합의 정체성 확립은 갈등을 해소하고 통일기반을 확고하게 다지는 데에 중점적인 과제입니다. 단일민족국가들이 다문화사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포용성을 기르고 성숙한 세계시민으로 거듭나는 모습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양성을 관리하여 소수집단의 문화적 정체성이 평행사회로 퇴행하지 않도록 하는 다문화사회 통합방식은 남북통일의 하나의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4. 다문화시대에 적합한 통일기반 구축의 과제

 현재 우리사회의 통일의식과 통일문화는 왜곡된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기존 통일의 당위성에서 벗어나, 통일 이후에 발생할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득실, 한반도 발전 가능성 등의 현실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통일의 필요성 여부를 사고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통일 기반 구축은 적대의 문화가 상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긴 안목에서 갈등을 줄여 나가는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차이다양성을 이용하여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마인드 형성과 함께 갈등상황에 대한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문화 시대에 적합한 통일기반 구축의 과제를 몇 가지 제시해 보았습니다.

 먼저, 다문화주의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에서 출발하여 통합을 모색하는 과제입니다. 원래 다양성속에서 국가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은 다문화사회의 사회의 통합과정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문화사회 통합은 '차이'에 기초하지만 동시에 '동일성'의 가능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사회의 다문화주의 정책은 분단 상황의 한계로 인해 국가 갈등을 치유하는 정책으로서의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같음을 찾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또한 서로에게 경청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합니다.

 둘째, 사회적 신뢰(Social trust)를 증진시키는 과제입니다. 신뢰가 축적된 사회는 쉽게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신뢰형성은 형성되기만 하면 기존의 신뢰, 규범과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며, 다른 자본재와 같이 쌓이는 축적성을 갖습니다. 이는 합의형성(Consensus-building)보다 현실적인 성취 가능성을 갖는데, 이는 다문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구성원 사이에 공동선의 내용에 대한 합의형성은 실현가능성이 낮지만 사회적 신뢰형성은 반드시 단일한 합의를 수반하지 않더라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대북 NGO의 비전과 역량을 체계화시키고 강화시키는 과제입니다. 일반적으로 NGO는 자발적으로 조직되어 공공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기능을 수행합니다. 대북 NGO는 평화통일기반을 구축하는데 여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사업의 효과성보다는 조직이기주의에 기반 하여 사업을 추진하거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감시를 게을리 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북 NGO들이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며, 정부와의 연계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가치인 신뢰(trust)의 현실적 내용이 남북한 주민 상호간의 신뢰형성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과제입니다. 신뢰 형성은 어느 한 쪽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접촉과 대화를 통해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북한 주민간의 신뢰형성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체육, 관광 등 다양한 사회문화분야에서 남북교류를 통해 상호이해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문화를 포용하는 그릇을 키우고, 통일을 위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그 교육과정은 소통과 참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 경기평화통일포럼이 끝난 후 단체 사진 촬영 모습△ 경기평화통일포럼이 끝난 후 단체 사진 촬영 모습

 남한의 국제결혼 증가율과 외국인 이주 노동자 증가 추세로 비추어볼 때 한국 사회 역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통일을 함에 있어 사회 환경적 배경 부분은 간과하고 있었는데, 이번 포럼을 통해 다문화 시대의 통일 문제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문화와 언어로 동질성을 유지해왔고, 단일 국가를 이루어왔던 한민족은 분단 이후 각기 다른 문화와 언어를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질화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남과 북은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로 인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다문화 시대의 통일 문제에 대해 정부,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 보며, 그 해결책을 찾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출처

'다문화 시대에 적합한 통일기반 구축'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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