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인권침해를 낱낱이 고발하다

 지난 2월 17일, 워싱턴 DC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 COI)의 '북한인권보고서Report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on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발표 1 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국제토론행사가 열렸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고위 인사들과 탈북자들이 이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침해 종식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정확히 1년 전인 2014년 2월 17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 인권의 실태를 보여주는 372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해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켰죠. 그야말로 북한 내부 실상에 대한 공식적이고도 적나라한 고발장이었습니다.

▲워싱턴, 유엔 COI '북한인권보고서 1주년 기념' 국제토론행사 현장 (출처:SBS 뉴스) 

  보고서는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되어져 왔으며 이러한 북한의 인권침해는 '인도에 반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보고서가 여타 北인권 관련 보고서와 달리 중대한 가치를 지니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내부 실상을 꼼꼼하게 기술한 것에서 더 나아가 전례가 없던 획기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북한의 국가보위부, 수령 등 국가기관 및 개인의 인도적 범죄에 대한 형사책임 추궁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등 책임 있는 북한의 지도층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길 것을 권고했다는 겁니다. 이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 지도부를 국제법정에 세운다는 것은 인권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탁상공론이었을 뿐, 상상도 못 한 일이라고 하죠. 그만큼 이 보고서는 앞으로 한반도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며 역사적인 문서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결국 현 북한체제로써는 인권문제에 관해 상식적인 논의가 불가능하며 국제사회가 정식적으로 북한 정권에 체제변화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곧 국제사회의 정의를 위한 상식적인 호소이자 양심의 선언입니다. 


(출처:SBS 뉴스)


    '북한인권 문제', 유엔 안보리의 정식 의제로 선정

 COI의 북한인권보고서 등과 함께 작년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가 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고 효과적인 제재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어서 지난 달 1월 22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함으로써 앞으로 3년 간 안보리에서 언제든지 북한인권과 핵 문제에 관해 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인권탄압', '대량학살', 'ICC 기소' 등의 단어가 동시에 언급된 것만 해도 놀라운 변화지만, 안보리에서 상시적으로 北 인권 문제가 다뤄진다는 것 자체가 북한 정권에 있어서 견디기 어려운 압박일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북한인권과 관련하여 매우 큰 전환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유엔 안보리의 정식 의제로 채택되었다"는 말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지 알아볼까요? 안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의 준말입니다.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에 대해 주요한 책임 및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치적 기구입니다.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는 총 6가지의 주요기관(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국제사법재판소, 사무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주요기관 중에서도 유엔 안보리는 중심이 되는 기관입니다. 유엔 총회의 결의안은 단순한 권고만 가능한 반면, 유엔 안보리의 결정은 그 영향력의 범위가 꽤 다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안보리의 결정은 '무력'을 포함한 국제적 행동이 가능합니다. 안보리가 규모는 작아도, 국제평화에 위협이 되는 대상에 강제조치를 취하고 결정적인 구속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막강한 기구이지요. 참고로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상임이사국(일명 강대국)들이 안보리 의사결정의 핵심적인 국가입니다. 모든 이사국이 특정 결의안에 대해 찬성하더라도 단 1개의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 결의안은 무효가 되는 겁니다. 거부권은 물론 상임이사국에만 있습니다. 반면에 모든 상임이사국이 찬성하여 결의안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경제적 제재 또는 군사적 제재가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북한인권, 나아갈 길을 논하다

 '북한인권: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에는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COI 위원 3명이 연사로 참가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로버트 킹 美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한국에서는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등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토론에 대거 참석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방안에 대해 소신 있게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또한 정광일 씨와 이순실 씨 등 탈북자들도 참석해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실태를 규탄하며 이에 관해 증언했습니다. COI 북한인권보고서 1주년 토론회에 참석한 대표 인사들의 인상적이었던 주요 발표내용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마이클 커비 전 COI 조사위원장은 보고서 발표 이후 진전된 상황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저의 결론은 북한 사람들이 이 보고서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 세계가 이 보고서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 보고서를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라며 가장 우려되는 대상인 북한 주민들에게 반드시 전달되어야 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정보 전달이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북한은 엄연한 유엔 회원국입니다. 유엔 회원국이라면 (인권 보호 원리가 담긴) 유엔헌장을 준수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마땅히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는 북한의 행보에 대해 강하게 꼬집은 것이죠. 또한 이 보고서의 무효를 주장하는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북한이 떳떳하다면 나를 평양으로 초청해 공개조사를 받으라", "모든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또한 커비 전 위원장은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 문제는 미국이나 호주에서도 정치적 분열이 없는 초당적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의 좌우 진영은 이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문서가 발간되었는데도 자신에게 연락을 해온 정치인이나 언론 인사들이 별로 없었다고 털어놨다는 후문입니다. "인권은 모든 인간이 공유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권리문제입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보수 진영 뿐만 아니라 진보 인사들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의 현실적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유엔총회 결의안을 통해 안보리에 북한 상황을 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했으나 안보리는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의 거부권 행사를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ICC 회부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거부권을 행사한 국가들은 북한의 반인도 범죄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국제사회에 대답을 해야 하는 아주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의 이 지적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주로 비협조적으로 접근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현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시간이 지날수록 국제적으로 더 큰 외교적 압박을 느낄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인권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그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큰 흐름이 형성된 상황에서 과연,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며 지금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고집할 수 있을까요.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전체회의에서 새로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새로운 인권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를 멈추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는 물론이고 납북자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 통일 등 한반도 주변 이해관계의 국가들이 함께 다방면으로 접근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 내 인권 유린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집단적 차원이 아닌 개별적 차원의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북한인권 범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북한 엘리트 집단까지 처벌 대상이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구체적이고도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또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통일 직전 한반도 상황을 전망했습니다. 그는 "김정은 정권으로 인한 북한 내부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고위 간부층이 현 정권 수뇌부의 입장을 진심으로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다수인 만큼 "통일 이후 수만 명의 북한 엘리트 계층을 위한 탈출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북한 김정은 체제의 몰락 등 내부 균열이나 국제개입으로 인한 전면적 변화에 맞서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문명국가의 책임

 이 밖에도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김정은 등 북한 정권 수뇌부 집단에게 '반(反)인도 범죄'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국제사회가 압박을 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계속 강조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기념비적인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하였으나 아직 북한 주민들에게 그 내용이 전해지지도 않았고 주민들의 실생활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성과는, 유엔 총회의 결의를 통해 북한 정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국제법적으로 뒷받침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자국 주민의 인권 유린을 자행해온 북한 체제에 대해 국제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폭로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北 인권 문제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의 안하무인격인 태도를 접할 때마다 개탄스럽고 안타까운 감정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근본적 책임이 있는 당사국들 또한 북한인권 유린의 종식을 위해서 회피하지 말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인권 문제 타파는 한반도 통일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중대한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문명국가 리더들의 인류보편적 가치를 위한 지혜와 용기, 성숙함을 기대합니다. 이상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문희수였습니다.



참고자료


<뉴시스> 김태효 "통일 후 북한간부 탈출구 마련해줘야"

<SBS 뉴스> 인권보고서 1년…UN, 새 北 인권결의안 추진

<워싱턴 중앙일보> "COI 보고서는 시작에 불과, 실생활 개선 필요" 

<연합뉴스> 마이클 커비 "중·러, 북한 인권문제 형식적 접근"

<문화일보> [포럼]北인권법 제정, 유엔 결의 존중해야

[네이버 지식백과] 국제연합안전보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國際聯合安全保障理事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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