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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남과 북,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연극 4편 추천



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남북의 분단현실을 다룬 뮤지컬 5 작품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비슷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연극 작품 네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소개해드릴 작품 중 '미생자'를 제외한 세 편의 작품은 북한이탈주민의 시선과 그들이 당면한 현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을 이해하고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겠지요. 또한 '미생자'는 전쟁의 비인간적인 측면을 '총알이'로 태어난 주인공을 통해서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조금은 기괴하고 어려운 작품이지만, 불편한 현실을 새롭게 표현하여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보다 자세히 각각의 작품을 살펴볼게요. 


 북한이탈주민의 삶을 재조명하는 '이중사연'

이중사연▲ '이중사연'의 한 장면(출처:데일리안)


극은 북한이탈주민인 주인공 남수가 한국에서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와중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남수는 대리운전 일을 하면서 작가를 꿈꾸는 인물입니다. 한편 ‘망명정부’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마담으로 있는 금선은 처음 본 대리운전 기사가 고향의 첫사랑과 닮았다는 사연을 라디오에 보냅니다. 금선은 라디오 사연을 틀어줄 때 꼭 '휘파람'이나 '원더풀 투 나이트'를 배경음악으로 틀어달라고 합니다.

극의 주된 배경은 남수가 운전하는 차 안과 카페 '망명정부'입니다. 이러한 배경은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자신이 이용하는 차와 한국 사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대화와 모임 그리고 사색의 공간이 카페라고 느끼기 때문이지요.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목격하며 관객들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삶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남수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대표는 ‘이중사연’이 북한이탈주민과 북한 사회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통의 장으로서 통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일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중사연’ 연출을 맡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이대영 교수는 나중에 소개할 연극 '어항을 나온 다섯 물고기-정명'을 연출하기도 하였는데, “남북한의 문화적 이질감을 회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통일을 꿈꾼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안전하게 한국 사회에 정착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연출에 담아내어, 관객들이 연극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남수의 직업인 대리운전 기사가 북한이탈주민의 애환을 간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리운전 기사는 운전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정작 그 속의 일원은 될 수는 없는, 관찰자이자 이방인으로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TV 프로그램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과도기적 시기라는 생각이 드는 만큼, '이중인생'을 관람하며 이 사안에 대해 마음으로 공감하고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분단의 비극 나아가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목란언니'

목란언니▲ '목란언니'의 한 장면(출처:인터파크 티켓 스틸컷)

평양예술학교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했던 북한 엘리트 여성 조목란은 사고에 휘말려 한국에 오게 된 후, 부모를 서울로 데려다준다는 브로커에게 정착금과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사기당합니다. 조목란은 이 일 때문에 술집에서 일하게 되지요. 설상가상으로 공훈예술가인 부모님이 수용소에서 추방되어 지방 예술단체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북한에 돌아가려 합니다.

목란언니의 조목란이 평양 출신의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점에서 '이중인생'에 나온 주인공 남수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중사연’의 주인공 남수는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서울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반면에 '목란언니'의 주인공 조목란은 북한에 돌아가려 한다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작가는 관객이 조목란의 삶을 보면서 분단의 비극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본래 순수했던 조목란이 돈에 의해 무너져가는 모습은 분단의 비극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에 대해서까지도 고민하게 합니다.

극에서는 북한 노래, 율동, 아코디언 연주까지 다채로운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관객은 흥겹게 무대를 즐기면서도 북한이탈주민의 삶 앞에서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울고 웃으면서 평소 생각하지 못하고 살던 북한이탈주민들의 애환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평단에서 수상하고 좋은 연극으로 손꼽히는 등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는 연극인 만큼 올해 다시 막이 오른다면 찾아가서 감상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탈주민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한 '어항을 나온 다섯 물고기-정명'

어항을 나온 다섯물고기▲ '어항을 나온 다섯 물고기-정명'의 한 장면(출처:뉴시스)

'어항을 나온 다섯물고기-정명(이하 정명)'은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이 '이중사연'을 제작하기 전 첫 번째로 무대에 올린 작품입니다. 북한인권탈북청년 연합은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민주화를 위해 모인 단체라고 하네요. 작품을 위하여 남북 대학생들을 연극단원으로 공개 모집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정명'은 북한을 직접 경험한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연극이라는 장르는 학술 세미나나 책보다도 접근성이 높아서 관객들에게는 북한이탈주민과 북한 사회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연극을 보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공감하고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남북의 문화 정서적인 통합에 다가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극중 리명·리호·리수 삼남매의 어머니를 연기한 배우 정혜성은 연극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 출신 배우 김필주와 양리인을 보며 북한 사회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필주와 양리인은 처음 억압된 마음을 풀어내지 못했다. 특히 남한에 와서도 삶이 녹록지 않아 이 친구들이 많이 눌려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를테면 대사 톤이나 템포도 같았다. 이 친구들이 아픔과 분노와 눈물을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을 굉장히 많이 시켰다"

 "연극은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오랜 세월의 아픔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고 울지 못했던 것을 이 연극에서 토해내고 있었다"

"앞으로 이 친구들이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좀 더 벗어났으면 한다"

위에서 소개한 배우 정혜성의 말을 보며 북한에서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고 온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이를 완전히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된 대한민국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도 더 많이 논의하고, 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운명을 지닌 주인공을 뜻하는 '미생자'

#임혜민▲ '미생자'의 한 장면(출처:경향신문)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연극 '미생자'입니다. 미생자’란 말 그대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라는 의미의 이름으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운명을 지닌 주인공을 뜻합니다.

☞ '미생자'의 줄거리

원나라가 고려를 침공했던 800년 전, 한겨울밤 백두산 밑의 어느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아이는 아버지와 닮지 않아 태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치부된다. 마을 사람들의 성화에도 아이를 겨울산 속에 버릴 수가 없었던 어미는 아이를 다시 어미의 배 속으로 돌려 태어나지 않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 아이를 무쇠 솥에 넣고 삶아서 먹어버린다.

다시 임신을 한 어미는 열 달 후 임신을 하고 아이가 아니라 총알을 낳는다. 총알이는 군인이 되어 이 땅의 모든 전쟁에 나선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월남전쟁….

그리고 어느 날 총알이는 아파트 냉장고 속에서 나타나 묻는다. “내가 누구냐?”

총알이의 폭력적인 행동과 극중 구경꾼으로 등장하는 ‘각주자’들의 대사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각주자’는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느낄 만한 것들을 대사로서 말하고 행동으로서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연출을 맡은 한예종 연극원 이상우 교수는 '미생자'를 “현실과 꿈의 역사가 기묘하게 교직돼 있는, 마법 같은 연극”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먹고 다시 낳은 '총알이'라는 주인공의 상징성이나, 그의 폭력성과 호전성은 기괴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생자'가 다소 어렵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충격적인 설정과 화면으로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북 분단의 현실과 이를 초래한 민족 간의 전쟁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일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소개해드린 연극 중 '목란언니'와 '정명'은 몇 년 전 다른 대학생 기자들이 통일 미래의 꿈 블로그에서 소개해주기도 한 작품입니다. (클릭해서 원문을 볼 수 있답니다^^)



이전 기사들이 각 작품을 하나씩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분단 현실을 다룬 연극 작품을 두루 살펴보고 서로 비교하며 공통된 주제 의식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다양하게 표현했는지를 비교해보고자 했습니다. 서로 다른 네 편의 작품을 한데 두고 비교해보는 재미가 색다르지 않으셨나요?

소개해 드린 연극을 보는 것은 영화 한 편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할인 정보를 잘 알아보고 가면 영화 한 편 가격에 배우들의 얼굴을 눈 앞에서 생생히 마주할 수 있지요. 스크린이나 지면으로 극 중 인물과 장벽이 생기는 영화나 책과는 달리 울고, 웃고, 땀 흘리는 인물들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입니다. 그래서인지 연극 한 편을 보고 나면 극 중 인물이 겪는 현실과 사회의 단면을 쉽사리 외면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극 관람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나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옵니다.

소개해 드린 연극이 앞으로 다시 재연된다면, 혹은 새로운 연극 작품이 막을 올린다면 극장을 찾아서 직접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경험을 즐겨 보세요. 남북 분단의 현실이 와 닿고, 통일을 향한 여러분의 생각도 조금은 달라질 것입니다. 이상 공연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대학생 기자 임혜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