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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쫑알쫑알 수다방

북풍, 북한에서 불어오는 바람?


 여러분, '북풍(北風)'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북풍은 말 그대로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입니다. 이런 북풍이 뉴스 기상정보 코너에서보다 더 많이 언급될 때가 있는데요, 바로 선거철입니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북풍! 북풍은 왜 철새처럼 선거철마다 찾아오는 것일까요? 북풍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표면상의 의미보다 더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북풍'에 대해 낱낱이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풍, 북한에서 불어오는 바람?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북풍의 배경

 북풍은 우리나라의 국내외 정치적 환경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한반도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의 결과에 따라 남과 북으로 나뉘었습니다. 현재 한반도는 종전이 아닌 정전 상태에 있기 때문에 전쟁 재개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국방·안보와 관련된 이슈, 특히 북한과 관련된 이슈는 대부분 톱뉴스로 보도되고는 합니다.

 북풍에 대해 언급하기 앞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적 환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먼저 지정학적 특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북한·일본·중국과 근접해 있으며, 6자 회담 국가인 미국과 러시아와도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구소련 붕괴 전의 동북아는 한·미·일 남방삼각체제와 북·중·러 북방삼각체제의 대립 양상을 띠고 있었는데요, 현재 동북아의 양상은 이와 같이 뚜렷하게 구분지을 수는 없지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섯 국가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부문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있으며,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 사안보다도 민감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협상 혹은 대북정책에 대하여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한편 국내 정치 환경을 살펴보면, 보수와 진보로 흡사 이분법적인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보수 진영은 대북강경책 입장을, 진보 진영은 대북온건책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에서 북풍을 좋아하고 이용할까요?

 

북풍이란?

 정치적 의미에서 북풍이란 선거 전에 발생하는 북한의 돌발행동을 포함한 '북한 변수'를 일컫는 말로, 우리나라 언론이 만든 용어입니다. 북풍 사례 중에는 북한의 의도적인 선거 개입도 있으며, 북한의 우발적인 행동도 있습니다. 한편 정치권에서 '선거 전략'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선거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풍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습니다. 과거에는 북풍이 선거판을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했지만, 요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키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지 미지수입니다. 북풍이라는 용어는 15대 국회의원 선거인 1996년 4·11총선 며칠 전에 판문점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갑작스런 무력 시위를 계기로 언론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북풍의 사례는 그 전부터 있었습니다.

 

북풍의 사례

 최초의 북풍은 1958년 진보당 조봉암 사건입니다. 조봉암은 독립 운동가이자 정치인으로, 1948년 건국 당시 제헌의원, 초대 농림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농지개혁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1952년과 5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였으나 모두 낙선하였고, 그 후 진보당을 창당하였습니다. 1958년 1월 조봉암을 비롯한 진보당의 전 간부는 북한의 간첩과 내통하고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평화통일방안을 주장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재판 결과, 조작된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대법원 판결에서 대부분의 진보당 간부들이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조봉암은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조봉암은 변호인단을 통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었으며, 1959년 7월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이는 조봉암이 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득표를 하여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체제에 큰 위협이 되었기에 일어난 간첩 조작 사건이자 최초의 북풍 사례입니다. (한편 2011년 1월 20일 대법원에서 조봉암의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주요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내려졌음)

 두 번째 북풍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 때인 1967년 7월 발생한 중앙정보부의 동백림 조작 사건, 이른바 동베를린공작단사건입니다. 바로 예술인과 대학교수 등 194명이 동독의 베를린을 거점으로 대남적화 공작을 벌였다는 이유로 처벌당한 사건입니다. 당시 6.8 총선의 부정 의혹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자, 중앙정보부에서 이러한 여론을 뒤집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서독과 프랑스 정부의 공식항의가 빗발쳤으며, 국제사회에서 인권후진국으로 낙인찍히는 등 국제적 망신을 치렀습니다. (한편 2006년 1월 26일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당시 정부가 단순한 대북접촉과 동조행위를 국가보안법과 형법상의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하여 사건의 외연과 범죄사실을 확대·과장했다고 밝히며, 사건조사 과정에서의 불법 연행과 가혹행위 등에 대해 사과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기도 하였음)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 전에 발생한 KAL858기 폭파 사건과 선거 하루 전에 폭파범 김현희가 압송되어 입국한 일도 북풍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북풍은 14대 대선 때도 어김없이 불어왔는데요, 바로 선거 전에 안기부가 발표한 거물 간첩 이선실 및 남조선노동당 사건입니다. 위의 두 사건이 당시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돌발행동이 유권자들에게 안보 이슈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해서,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다는 분석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앞서 언급한 북풍 사건들 외에도 북풍의 여러 사례들이 있는데요, 언론에서는 북풍을 계기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북한 변수에 풍(風)이라는 단어를 붙여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1997년 북한 전(前) 노동당 비서인 황장엽의 망명이 남북관계에 미칠 파급을 황풍(黃風)이라고 불렀으며, 같은 해 대선 직전에 북한측에 판문점에서의 총격을 요청한 사건은 총풍(銃風)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북풍의 과정과 결과

 이처럼 북풍은 북한의 의도적 개입 혹은 우발적 행동, 그리고 정치권의 선거전략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선거철이면 빠지지 않고 불어오는 북풍은 일종의 사이클을 지니고 있는데요, 북풍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선거 전 북한 변수가 발생하면, 언론에서는 북한의 침략 의도 및 북핵 관련 이슈를 톱기사 혹은 톱뉴스로 내보냅니다. 정부에서는 대북지원 중단 혹은 해상봉쇄 등 대북 제재 입장을 밝힙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의 뜻을 내비추거나 논의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정세의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북풍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북풍이 불어온 뒤, 북한의 입장도 주목할 만합니다. 북한은 '이 시각부터 현 사태를 전쟁국면으로 간주하고,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그에 맞게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면서 강한 비판적 반응을 보입니다. 이처럼 북풍은 한반도를 긴장시키며, 북풍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면 의도하지 않았던 사고나 사건이 돌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북풍은 언론이 만든 용어이고 언론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데요, 언론의 북풍 관련 톱기사 및 톱뉴스 보도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먼저 두 개의 미디어 이론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의제 설정 이론(Agenda Setting Theory)]

 매스미디어가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과정을 통해 특정한 주제를 선택·강조함으로써, 반복된 뉴스 보도를 하여 수용자에게 중요한 의제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의제 설정 기능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1972년 맥콤(McCombs)과 쇼(Shaw)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 지방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요, 특정 주제에 대해 미디어가 주목하고 많이 다루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수용자가 그 의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틀짓기 이론(Framing Theory)]

 매스미디어가 수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프레임을 형성한다는 이론입니다. 매스미디어가 현실의 어떤 측면을 선택하고 강조하고 수용자에게 설명하는 반면, 다른 측면은 소홀히 하고 무시하는 보도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선택·강조·무시 전략이 사용됩니다. 따라서 뉴스를 어떻게 틀짓기 하느냐에 따라 수용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동일 사건에 대해 여러 언론 매체가 다른 시각으로 보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이론에 해당합니다.

 위의 두 미디어 이론은 언론의 북풍 보도와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 '북풍'이라 불리는 북한의 돌발행동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면 수용자는 이를 중요한 이슈로 인식하게 됩니다. 특정 주제에 관한 보도량은 유권자의 쟁점 중요도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용자는 북한과 관련된 안보 이슈를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언론이 북풍 관련 이슈를 중심으로 프레임을 구성하여 보도함으로써, 수용자의 인식 프레임을 형성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거철 언론에서 제공하는 보도 내용과 틀이 '북풍'에 중점되면, 수용자가 이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북풍 vs 역풍

 보통 선거철에 현재 여당인 보수 진영에서는 북풍을, 야당인 진보 진영에서는 정권심판론을 내세웁니다. 북풍은 좌우 이념 대결로 인한 반사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선거 전략인데요, 과거와는 달리 북풍 전략이 강한 효과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바로 역풍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북풍이 강하면 오히려 역풍으로 불어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문민정부 이후, 북풍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이슈로 전락했습니다. 북풍은 전쟁을 싫어하는 세대와 민심을 무시한 결과이며, 전쟁 위협은 군대 간 자녀를 둔 중년층과 휴전선 근접지역 주민들에게 반발심리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SNS 발달로 인해, 실제로 선거철에 많이 보도된 보수 언론의 북풍 관련 톱기사들보다 SNS의 영향력이 더 컸다고 합니다.

 이처럼 과거부터 최근까지 북풍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만 북풍이 성공적인 선거 전략으로 통할지, 오히려 과도한 북풍이 역풍을 불러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선거철 여야의 '북풍 vs 역풍' 프레임은 정책선거의 실종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에는 여지가 없습니다. 북풍은 우리나라 언론이 만들어 낸 용어일 뿐이며, 어느 누구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정책선거, 즉 매니페스토를 실천해야 합니다. 선거철에 정치권에서는 북풍과 역풍을 이용하지 않고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공약을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하며, 언론에서는 특정 주제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특정 시각에서 프레임을 구성해서는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는 언론의 프레임 구성에 설득당하지 않아야 하며, 정책을 보고 자신들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 자신이 가진 소중한 권리를 잊지 마세요! 이상 6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한솔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