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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류우익 前 통일부장관에게서 '통일준비와 통일 후 비전'을 듣다

지난 4월 16일 오전 7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통일준비와 통일 후 비전>이라는 주제로 조찬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재단법인 GSI(국제전략연구원, 원장 배규한)가 주최한 이번 강연은 류우익 前 통일부 장관을 연사로 초청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사진: 통일준비를 주제로 강연을 하는 류우익 前 통일부 장관)


통일을 왜 해야만 할까?

류우익 前 장관은 제36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민간 통일기금 모금 단체인 '(사)통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통일생각)'의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왜 통일을 해야만 하느냐?", "통일을 안 하면 안 되느냐?"라는 의문을 가진 젊은 세대가 많다는 이야기로 강연의 서두를 열었습니다.

류 前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통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을 때 70% 이상이 통일해도 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연령층별로 분석해보니 청년층에서 절반 가까이 통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저런 의문을 가진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분단관리', '현상유지'가 아닌 본격적인 '통일준비'로 정책을 전환하려 노력하였다"며 장관 시절 가장 주력하였던 부분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였는데요, 류 前 장관이 말하는 통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류우익 前 장관이 말하는, 통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


① 한국인들에게 정상적인 삶을 줄 수 있다

- 한국인들은 적어도 1300년 이상을 통일국가의 국민으로 살아왔다. 한국인들에게 분단의 삶은 비정상이다. 한국인들의 삶의 원형을 복원하여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야한다.

② 통일 한국은 인구 8천 만의 대국이 될 수 있다

- 통일이 되면 남북한 인구를 모두 합쳐 인구가 8천 만에 달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준하는 대국이 된다. 거기에 남한의 경제력, 기술력과 북한의 자원, 노동력 등을 합치면 통일 한국은 미래세대를 위한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③ 현실적인 북핵위협을 종식하고, 북한주민의 자유를 가져올 수 있다

- 지금 남한은 체중감량을 위해 타지 않아도 될 자전거를 타고, 헬스클럽을 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아사자가 수십 만에 이르고 있다. 북녘에 사는 우리 동포세대가 3대 세습독재 아래 굶어죽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통일이 되면 이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핵 위협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④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 통일이 되면 한반도의 이웃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더 이상 북한의 안보위협에 걱정할 필요도 없고, 통일 한국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이끄는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⑤ 통일 한국은 새로운 문명을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다

- 지금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문명이 바뀌는 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다.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분단되어 대결과 갈등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통일이 되면 오랜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역량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다음 문명이 지배하는 시기에 우리가 그 문명을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다 

류 前 장관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 역시 훗날 휴전선 앞에 참호를 파고, 배 타고 가다 침몰되는 그런 아픔을 겪는 것이 좋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의 조상으로서, 또 우리 윗세대의 후손들로서 역사적 평가를 좋게 받을 수 없을 것이다"라며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대의 역할이 중요함을 새삼 주지시켰습니다.

이어 그는 "통일은 앉아있다고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통일준비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장관 재직시절 만났던 폰 바이체커 前 독일 대통령과의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당시 류 前 장관을 만난 바이체커 前 대통령은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 국민들에게 나의 이 말을 꼭 전해달라"며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 될 수 있다. 한국 국민들은 독일보다 통일을 잘 준비할 것이라 믿는다"고 당부하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독일은 어느 정도 준비를 했음에도 통일 후 상당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렇기에 '통일 선배'인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될 것입니다.


(사진: 2012년 6월 23일, 류우익 당시 통일부장관이 통일준비의 일환으로 만들었던 '통일항아리'와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요? 류 前 장관은 다음과 같이 우리가 해야하는 통일준비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하였습니다.

류우익 前 장관이 말하는 통일준비론


① 전국민의 통일의지를 결집시켜야

- '나'의 통일의지를 '우리'의 통일의지로, '우리'의 통일의지를 '국민 모두의' 통일의지로 확산시켜나가야 한다.

② 통일비용을 마련해야

- 통일에 있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돈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그 비용이 많이 든다면 오늘부터라도 당장 모으겠다는 생각을 갖고 모아야 한다. 민간이 나서고, 정부가 예산을 아껴 통일기금을 만들어야 한다.

③ 적극적인 통일외교를 펼쳐야

- 한반도를 둘러 싼 중국, 러시아,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미국 등 다양한 국가들이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 통일 한국의 이익은 우리만의 이익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이익이 됨을 알려주고 설득해야 한다.

④ 북한 주민들에게도 통일의지를 알려야

- 북한의 거짓선전으로 남한에 대해 갖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잘못된 공포심을 없애주고,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살아갈 이웃이라는 점을 알려주어야 한다. 제일 빠른 방법이 '북한이탈주민 포용'이다. 우리 옆에 있는 2만 5천의 탈북민을 포용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2천 5백만의 북한주민을 포용할 수 있겠는가? 당장 우리 곁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남한 사회에 잘 정착하게 하고, 그들이 다시 북한의 가족들에게 남한에 대한 바른 모습을 알려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

⑤ 통일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 통일이라는 것은 남북한이 짬뽕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이 합쳐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통일 한국은 어떤 나라여야 하는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체제와 법제, 가치 등을 연구하고 마련해야만 한다.

류 前 장관은 "상기 5가지의 통일준비운동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해야만 한다. <통일생각>은 민간 차원에서 이런 역할을 작게라도 해보려 만든 것이다"라며 스스로 장관 퇴임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통일준비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통준, 김통준, 박통준이 나와야

이어 류 前 장관은 장관 재직시절 만든 신조어인 ‘유니셔티브(unitiative)’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유니셔티브란 '통일'을 뜻하는 유니피케이션(Unification)과 '주도성'이라는 뜻을 담은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합쳐 만든 단어로, 말그대로 '통일의 주체'를 뜻합니다. 즉, 남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를 강조하기 위해 직접 만든 단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실제로 류 前 장관은 '류우익과 함께 하는 통일준비(이하 류통준)'라는 이름으로 장관 재직시절부터 퇴임한 지금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통일준비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데요, 강연을 마치며 그는 "오늘 강연을 들은 분들이 류통준을 들은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스스로의 버전을 만들어 '이통준', '김통준', '박통준'을 해달라. 그리고 당장 주위에 있는 가족, 제자, 직원부터 통일준비의 움직임에 동참하게 하여 점차적으로 통일생각이 널리 확산되게 해달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사진: 통일준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류우익 前 통일부 장관)

(사진: 류우익 前 장관의 강연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 청중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 통일한국은 군사강국, 경제대국이 아닌 문화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내가 생각해낸 말이 아니라, 백범 김구 선생과 도산 안창호 선생이 했던 말이다. 백범과 도산이 강조했던 것처럼 이제는 갈등과 대립에서 평화로, 그리고 새 문명에 기여하는 문화를 창출해내는 통일 한국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라며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다같이 꿈꿔보자는 말로 강연을 끝마쳤습니다.

통일 미래를 꿈꾸며 다같이 통일을 준비하자

대학생 신분으로 오늘 강연을 청강한 이성욱씨(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는 "국가유공자이다보니 상이군경 관련 활동을 많이 하는데, 이런 활동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북한에 대해서는 통일보다는 안보, 대적관 위주의 교육을 많이 받고, 또 그런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강연을 들으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 매우 좋았다"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사진: 강연을 마친 류우익 前 장관과 페이스북 '통일항아리' 그룹 회원들의 기념사진)





실제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위협 등은 젊은 청년들로 하여금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우리가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통일을 해야 하느냐?"하는 의문을 안겨다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통일의 필요성'과 '통일 후 우리가 갖게 될 이익'을 젊은 청년들에게 지속적으로 각인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런 통일 한국을 맞이하기 위해 남녀노소 각 세대가 할 수 있는 통일준비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훗날 이 땅 위를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이 평화로운 한반도 위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우리들이 통일 주역세대로서의 자부심과 의무감을 가지고 통일준비운동에 적극 동참해야겠습니다.

이상으로 제5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김경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