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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때때로 통일은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 김정운 교수의 경험담으로 살펴본 독일 통일 다시보기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SERI (삼성 경제 연구소)에서는 매년 CEO가 읽어야 할 책 20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지난 2009년에 한 권의 책으로 당당히 소개됐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제목의 저서는 남성들이 쉽게 꺼내기 힘든 금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서 문화심리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운 교수의 사회학적 현상에 대한 설명에 관해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는 평을 얻었습니다.

 

 저는 책 목록이 발표되고 나서 약 6개월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독서를 많이 하여 “머리에 든 것 좀 있는 사람”이 되고자 ... 무작정 도서 목록을 찾다가 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책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사회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나 남성들의 관점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을 김정운 교수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관 지어 친구와의 수다처럼 풀어나가기 때문에 쉽게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 중의 하나는 [이건 국정원도 모른다, 독일 통일은 내가 시켰다!]라는 제목의 챕터였습니다. 당시 동독 정치국의 대변인이었던 샤봅스키의 말 실수가 베를린 장벽 붕괴의 도화선이 됐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공공연해진 사실입니다. 저자는 당시 독일유학 중 수용소 경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으며, 독일 통일의 순간에 현장에 근무하던 저자가 겪은 역사의 순간은 너무도 우연스러워서 책을 읽다가 마치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샤봅스키 대변인은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어떤 조건도 없이 해외여행이 당장 허가된다'는 실언을 하는 바람에 수만 명의 동독주민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달려가게 됐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장벽을 지키던 동독 군인들도 이들의 열망을 막을 수 없었고 대변인의 발언이었으므로 이를 저지할 이유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 누가 순식간에 독일이 통일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때론 역사란 이처럼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슬그머니 찾아와 전체의 흐름을 바꿔놓는 참으로 신기한 무형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사회주의 정권의 몰락은 예견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욕망을 억누르는 것은 이를 존중하고 개방하는 자유주의 사회와의 대결에서 결과적으로 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입니다.

 

저자이신 김정운 교수님의 해석이 옳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사회라는 것이 간단한 이론만으로 설명이 가능했다면 이 세상엔 이미 갈등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사회적 현상을 심리학 이론에 접목시켜 재미있게 설명한 부분들이 많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니 여가시간을 독서와 함께 보내고 싶은 분들게 권유하고 싶습니다.

 

 통일부 기자단이라는 직업병 때문인지, 그 중에서도 특히 통일에 관련한 저자의 경험담이 가장 인상에 남았습니다. 때론 역사의 흐름이 변하는 순간이 이렇게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음을 느끼며, 우리의 통일도 언젠가는 이렇게 찾아올 수 있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대비해야 함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대변인의 얼토당토한 말실수에 통일을 반기며 달려가 동서에서 서로를 향해 베를린 장벽을 부수어댔던 독일인의 열망이 이 나라에는 점차 식어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동포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 정치적 관계로 얽혀있는 남북관계는 통일에 대한 열망을 꺼뜨리는 장애물입니다. 언젠가 우연한 역사적 흐름을 타고 찾아올지 모르는 통일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래는 알라딘이라는 인터넷 서점에서 저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 대목을 첨부하였으니 저자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www.aladin.co.kr

 

알라딘 : 유학시절, 독일통일을 직접 몸으로 겪게 된 부분도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 난민수용소 야간 경비를 하다 무너진 베를린 장벽을 넘어온 동독인들이 총을 겨누자 열쇠를 던져주고 도망갔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집으로 돌아가서 무슨 생각이 드셨어요? 그렇게 통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또?

 

김정운 : 일단 무서웠죠. (웃음) 집에 와서도 심장을 가라앉히기 바빴어요. 그땐 그렇게 통일이 되었는지 꿈에도 몰랐죠. 나중에 알고 나서 역사란 그런 거라는 걸 느꼈어요. 정작 그 소용돌이의 가운데 있던 사람은 그게 얼마나 커다란 사건인지 알지 못하는 거죠. 한국의 통일도 어쩌면 그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내 삶도 마찬가지죠. 그런 어마어마한 사건도 내가 겪을 땐 그저 일상일 뿐인 거예요.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삶은 그런 거예요. 삶이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와 지금’을 조금 더 소중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통일부 상생기자단의 박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