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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쫑알쫑알 수다방

아빠를 부탁해

21세기 '거세'당한 아버지들의 자화상 

  요즘 아버지들이 화두이다. 3월 초에 47.6%라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내 딸 서영이>와 근래 인기를 얻은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또한 얼마 전 시작한 <나 혼자 산다>까지 최근 공중파 방송은 가히 아빠 신드롬이라 불릴 만 하다.

  하지만 이 아빠 신드롬의 남성들은 더 이상 기존의 권위있고 가부장적인 아빠가 아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21세기, 전통적인 남성성을 잃은 거세(castration)’된 아버지들이다. 여기에서 거세라는 표현은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인 거세가 아닌, ‘상징적인 거세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제목을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서영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내 딸, 우리 딸 서영아!”라고 애타게 부르는 화자인,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목소리인 것이다. 극 중 삼재는 IMF 당시 회사가 부도나면서 어려운 상황들이 시작된다. 그 상황들이 마침내 그를 전봇대에서 몰래 서영이를 엿보는 '고개 숙인 아버지'로 만든다. <아빠! 어디가?>에서 아빠들은 아이들과 여행을 간다. 여행지에서 아빠는 엄마를 대신해 요리를 해야한다. 여기에서 요리에 익숙치 않은, 한 아빠가 만든 짜파구리라는 인스턴트 라면 조리법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엄마의 역할을 대신하는 어설픈 아빠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김태원과 이성재는 대표적인 기러기 아빠이다. 그들은 외국에 유학 보낸 자녀들과 떨어져 살며, 번데기 통조림과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다.

 

억압된 남성성, 그 속에 드러나는 한 남자의 불안

  자본주의를 통해 상업화된 사회는 기존의 남성성의 지위를 위협한다. 그리하여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인 성역할이 모호해지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 여기에서 비롯된 서로의 지위의 불안이 그려진 최근의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불안 Status anxiety, 2004>에서 언급한 지위의 불안(status anxiety)’이라는 말이 있다. 그는 <불안>을 통해 불안은 현대 야망의 시녀라고 언급한다. 이는 무한 경쟁시대에 풍요로움 속, 끊임없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불안에 시달리는 우리를 꼬집는 듯 하다.

  최근 북한에도 지위의 불안에 처해, 전 세계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는 풍요롭고 그쪽에서 만인의 아버지라는 상징적인 지위로 불린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가진 그는 항상 불안하다. 그는 아직 내적으로 지위와 권력의 거세에 대한 불안을 떨쳐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많은 것을 가져 본인의 풍요롭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다음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My Last Duchess(나의 전 공작부인)”이라는 시이다.

My Last Duchess

  That's my last Duchess painted on the wall,

  Looking as if she were alive. I call

  That piece a wonder, now: Fra Pandolf’s hands

  Worked busily a day, and there she stands.

  Will’t please you sit and look at her? I said

  “Fra Pandolf” by design, for never read

  Strangers like you that pictured countenance,

  The depth and passion of its earnest glance,

  But to myself they turned (since none puts by

  The curtain I have drawn for you, but I)

  And seemed as they would ask me, if they durst,

  How such a glance came there; so, not the first

  Are you to turn and ask thus. Sir, ’twas not

  Her husband’s presence only, called that spot

  Of joy into the Duchess’ cheek: perhaps

  Fra Pandolf chanced to say “Her mantle laps

  Over my lady’s wrist too much,” or “Paint

  Must never hope to reproduce the faint

  Half-flush that dies along her throat”: such stuff

  Was courtesy, she thought, and cause enough

  For calling up that spot of joy. She had

  A hearthow shall I say?too soon made glad,

  Too easily impressed; she liked whate’er

  She looked on, and her looks went everywhere.

  Sir, ’twas all one! My favour at her breast,

  The dropping of the daylight in the West,

  The bough of cherries some officious fool

  Broke in the orchard for her, the white mule

  She rode with round the terraceall and each

  Would draw from her alike the approving speech,

  Or blush, at least. She thanked men,good! but thanked

  SomehowI know not howas if she ranked

  My gift of a nine-hundred-years-old name

  With anybody’s gift. Who’d stoop to blame

  This sort of trifling? Even had you skill

  In speech(which I have not)to make your will

  Quite clear to such an one, and say, “Just this

  Or that in you disgusts me; here you miss,

  Or there exceed the mark”and if she let

  Herself be lessoned so, nor plainly set

  Her wits to yours, forsooth, and made excuse,

  —E’en then would be some stooping; and I choose

  Never to stoop. Oh sir, she smiled, no doubt,

  Whene’er I passed her; but who passed without

  Much the same smile? This grew; I gave commands;

  Then all smiles stopped together. There she stands

  As if alive. Will’t please you rise? We’ll meet

  The company below, then. I repeat,

  The Count your master’s known munificence

  Is ample warrant that no just pretence

  Of mine for dowry will be disallowed;

  Though his fair daughter’s self, as I avowed

  At starting, is my object. Nay, we’ll go

  Together down, sir. Notice Neptune, though,

  Taming a sea-horse, thought a rarity,

  Which Claus of Innsbruck cast in bronze for me!

 나의 전 공작부인

  그것은 벽위에 걸린 내 전 공작부인의 그림입니다.

  마치 그녀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죠. 나는 말합니다

  그것은 지금 놀라운 작품이라고; 프라판돌프의 손이

  하루종일 바쁘게 일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서있었습니다.

  잠시 앉아서 그녀를 보시겠습니까? 나는 말했습니다

  프라판돌프라고 일부러, 왜냐하면

  당신과 같은 문외한들은 그려진 표정,

  진지한 반짝임의 깊이와 열정을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나에게 돌아서서 묻곤합니다.

  왜냐하면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커튼을 열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들이 용기가 있다면,

  어떻게 이런 눈빛이 있을 수 있냐고; 그러므로 당신이 처음은 아니에요

  그렇게 나에게 돌아서서 묻는 사람이. , 그것은

  그녀의 남편의 존재만은 아니었습니다,

  공작부인의 뺨에 기쁨의 홍조라고 불리는 것이

  아마도 프라판돌프는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망토가 손목을 너무 많이 덮고 있습니다, 또는

  그녀의 목을 따라 희미한 선홍빛이 그림으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라고

  그따위 말들은

  예의상 한 말이겠죠,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고

  충분히 기쁨의 홍조를 이끌어낼만 했습니다. 그녀는

  마음을 가졌습니다-어떻게 내가 말해야 할까요?-너무 빨리 기뻐했고

  너무 쉽게 인상받는 마음을; 그녀는 그녀가 보는 것은 무엇이든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모든 곳을 향했습니다.

  경, 그것은 모두 하나에요! 그녀의 가슴에 내 호의,

  서쪽에서 지는 해,

  어떤 바보가 그녀를 위해 과수원에서 꺾어온 벚꽃 가지들,

  그녀가 테라스에서 타고 놀던 하얀 노새

  모든 것 그리고 각각은

  그녀로부터 칭찬하는 말을 이끌어냈습니다.

  또는 적어도 홍조라도 이끌어냈습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감사해했습니다-좋습니다!

  나는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감사해했어요 마치 그녀는

  내 900년 된 이름의 선물을

  다른사람의 선물과 동등한 것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누가 이런 사소한 것에 비난할까요?

  심지어 당신이 말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당신의 의지를 그런것에 꽤 확실히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말할 것입니다.

  단지 이것 또는 저것은 나를 싫증나게 합니다 라고

  또는 당신의 이것은 모자라고 저것은 지나칩니다 라고- 그리고 만약 그녀가

  그녀 자신을 그렇게 교육받게 한다면

  당신의 말에 반박하지도 않고 변명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굴복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말하지 않기로 했다)오 경, 그녀는 분명히 미소지었습니다.

  내가 그녀를 지나칠 때마다; 그러나 누가 같은 미소없이 지나갔을까요?

  이것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모든 미소가 함께 멈췄습니다. 그녀는 서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일어나실까요? 우리는 만날겁니다

  아래층의 동료들을. 다시한번 말하지만

  당신의 백작의 알려진 씀씀이는

  충분한 보증입니다 내 지참금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가 맹세하건데, 그의 아름다운 딸이 내 목적입니다.

  자 우리 함께 내려갑시다

  포세이돈을 보세요

  해마를 길들이고 있는, 아주 귀한 것입니다.

  그것은 인스브럭크의 조각가가 나를 위해 청동으로 만든것입니다.

  이 시는 공작이 그의 죽은 전 부인에 대해서 말하는 내용이다. 공작은 질투심이 크고, 욕심이 많다. 아름다운 부인에 집착한 나머지 그녀를 죽여서, 커튼 속 그림 속에 자기만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다소 섬뜩한 내용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어조는 과장되며, 상대를 위협하는 듯한 시적 화자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시의 말미에 나타난 강력한 힘으로 해마를 길들이는 포세이돈을 우상시 하는 공작의 모습은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그는 과거의 할아버지, 아버지와 같이 인민을 길들이는 '포세이돈'이 되고 싶어한다. 허나 그 일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부인의 마음을 얻지 못해 끝내 부인을 살해하고 허장성세(虛張聲勢)하는 공작과, 요즘 내적인 지위의 불안에 세계를 상대로 엄포를 놓는 그의 모습은 많이 닮아있다.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기존 북한의 모습과 달리, 최근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그들의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 사실은 그만큼 상승한 내적인 불안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요즘 지치고 힘들어 갈 길 잃은 우리 대한민국 아버지들과, 불안에 사로잡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북한의 한 아버지에게  아빠, 어디가?”라고 묻고 싶다.

 

* 사진 출처 : KBS.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