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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백요셉씨 인터뷰 (2)] 백요셉, 통일을 말하다.

[백요셉씨 인터뷰 (1)] 백요셉, 한국 사회를 말하다에서 이어집니다.

남북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야 진정한 통일 한국
통일은 북한에 대한 연민과 이해, 동질감으로 접근해야

1.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는 오히려 통일이라는 말이 싫다. 통일이 무엇인가? 북한은 분명 적화통일을 주장한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통일정책이 일관되지 않은 것은 물론, 남한에서 주장하는 통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 통일은 단순히 국가 원수들이 만나서 화기애애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통일은 북한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고 총살당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탈북민과 남한 국민들이 서로 증오하지 않고 고향에 대한 동질감으로써 서로를 포용하는 것이 통일이다. 탈북자가 진정으로 정착할 수 있고 문화적인 차이를 해소할 수 있게끔 해야만 하며 ‘우리’라는 틀에 갇혀 서로를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예전에 과제를 통해 잡지를 만든 적이 있었다. 남녀북남(南女北男)커플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며 사랑했지만 집도 없고, 부모님도 안 계신 탈북민 사위를 여자의 부모님은 이해하지 못했고, 몹시 반대하여 헤어지게 된 사례를 봤다. 남자는 자살기도를 할 정도로 큰 시련을 겪었고 여자는 부모님의 강압에 못 이겨 유학을 가게 됐다. 통일 한국은 이들이 헤어지지 않고, 남과 북의 남녀가 자유롭게 만나 서로를 이해하며 자연스럽게 사랑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사회일 것이다.

 

2. 북한은 어렵게 살고 있으므로 통일을 원한다. 그렇다면, 남한 사회의 입장에서 꼭 통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

- 남한 사람들은 너무 근시안적이다. GDP를 따지며 통일이 되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을 생각하며 두려워만 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의 밥그릇을 떼어 먹을까 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유시장 경제에 잘 적응해서 살아 나갈 것이다. 북한 사회 및 경제가 붕괴된 것은 국민들 개개인에게 노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국가의 탄압을 피해 암시장이 성행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압제 속에서도 북한 사회 내에서 자유 시장주의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에게 지원하지 않아도, 이들에게 자유만 준다면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보다 자유

3. 경제가 우선이 아니라 정치적인 자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단 말인가?

- 그렇다.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우선이다. 경제적인 것보다도 자유가 우선인 것이다. 단순히 휴전선을 없애고 한 데 뭉쳐 놓는 통일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제일 먼저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북한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남한의 정치 제도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유를 줌으로써 사회 스스로가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4. 남한에서는 통일에 대한 반감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통일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백요셉이 생각하는 올바른 통일 교육은 무엇인가?

- 통일은 논리로 따져서 될 문제가 아니다. 남한 사람들은 경제적인 손실만을 얘기한다. 대한민국은 논리만 가득하고 감성은 메말라 있는 것 같다. 통일은 이같은 ‘감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탈북민이 원하는 통일은 일 년에 딱 한 번, 설날이나 추석에, 혹은 생일에라도 가족과 만나 세배를 하고 미역국을 먹는 것뿐이다. 어머니의 묘소에서 벌초라도 한 번 하고 싶다는 게 우리가 바라는 통일이다. 혈육에 대한 정이 바로 그것이다. “맛있는 것 사 올게”라며 나가신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 때의 고통을 우리는 겪고 있다. 당신들이 선택해서 이곳에서 태어나는 축복을 누린 게 아니다. 이걸 남한 사람들도 알아 줬으면 좋겠다. 언제든지 당신이, 그리고 당신의 가족들이 북한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고통은 이해하면서 왜 북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않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5. 다문화 가정에 비해 탈북민이 받는 혜택은 매우 크다. 이민자와 탈북민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역차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 앞으로 북한과 남한이 통일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탈북민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탈북민들은 남한과 북한을 잇는 가교로서, 완충지대로서 생각을 해야 한다. 북한을 아는 것은, 통일 한국이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경제적 안정을 원한다면 북한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탈북민이 받는 혜택은 단순히 혜택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탈북민은 한국 사회 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일단, 탈북민에 대해 정부조차 다문화인지, 재외국민인지에 대해 제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탈북민은 한국에서 외국인으로도, 재외국민으로도, 다문화 가정으로도 일관되게 살아갈 수 없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에 대해 일관되고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 필요해

6. 탈북민으로서 겪는 어려움 및 원하는 정책?

- 탈북민으로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있다는 것부터가 감사하다.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한 민족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마음이다. 하지만 통일과 탈북민 문제에 대해서는 다르다. 통일부, 노동부, 복지부 중 어느 곳도 탈북민을 전담하는 기관이 없기에 탈북민 정착 관련 부서와 법체계가 안정되어 있지 않아 몹시 혼란스럽다. 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적응의 문제도 심각하다. 탈북민들은 스스로 이등국민이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마음을 열고 살아갈 수 없는 사회에서 살아왔기에 쉽사리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렵다. 때문에 탈북민들도 마음을 열고 남한 사람들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남한 사람들도 탈북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려고 해 줬으면 좋겠다. 탈북민 가운데 기독교인이 많은 것도 바로 이 것 때문이다. 남한 사회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고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기독교는 전도를 목적으로 탈북민을 포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보다 민간의 종교 단체에서 탈북민을 포용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원하는 것은, 탈북민에 대해서 일괄적인 복지 잣대를 들이지 말고 적응의 문제까지 고려하여 연령층 별로, 맞춤형 복지 정책을 체계적으로 시행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7. 앞으로의 꿈?

- 처음 대한민국에 왔을 때에는 정말 공부하고 싶었으나 열등감과 더불어 대학교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서 무사안일하게 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나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여덟 개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 배워서 남한 학생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부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중국어’였다. 단체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대학생활과 공부가 정말 즐거웠다. 그러다보니 학점이 4.37이 나왔다. 일 년을 그렇게 하고 나니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사회에 유익한 것, 모르는 것,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정치와 언론 정보를 생각했는데,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언론 정보였다. 굳이 언론 정보를 선택한 것은 남한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한 것이었을 뿐 아니라, 정보 교류가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얼마나 중요한지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2학년 때 전과를 했다. 꿈이 깨어진 것은 임수경 사건 때였다. 언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언론이 팩트 전달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회의를 느끼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언론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은 개인 언론을 통해 탈북민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탈북민 사회의 어두운 면만을 조명하는 주류언론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내 목소리를 통해 남한 사회와 접촉하고 싶었다. SNS를 열심히 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유달리 강경한 어조로 이야기 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