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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통일한국의 주역이 되기 위한 준비

 

통일한국의 주역이 되기 위한 준비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던 작년 봄에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벌써 2학년이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려니 한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나는 한국에 도착한 후, 강남에 있는 초등학교 6학년에 입학하여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집에서 시키는 대로 한국아이들하고만 어울리고 학교수업을 마친 후 여러 개의 학원을 다니면서 보냈다. 그 때 나는 고향이 같은 탈북친구들하고 어울리기를 꺼려했고, 나의 정체성조차 생각하지 않은 채 한국의 사교육에 휩쓸렸다.

 

 

 

 

 

 

 

 

북한에서 중학교를 다녔지만, 한국에서는 다시 초등학교 과정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수학이나 과학 등 이과계열의 과목과 한문과목은 북한에서 공부하던 것에 비해 쉬웠으나, 미술실기과목이나 컴퓨터 교육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한번은 컴퓨터 시간에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 펑펑 울면서 실내화를 신은 채로 집으로 간 적도 있었다. 다행이 담임선생님의 관심과 배려에 문서작성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자격증 3개까지 따게 되었다.

 

그 후 중학교에 입학한 후 나는 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나는 새벽 3시까지 자지 않고 독서실에서 영어 리스닝 연습을 하고 문제를 풀어보고 또 풀어보았지만 조기유학 갖다온 아이들 때문에 내 성적은 상위권에 겨우 진입한 정도였다.

 

그래도, 학교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면서 무난하게 한국생활에 적응해나가던 나는 또 한번의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대학교 입학할 때 재외국민 전형에 관한 입시정보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국인이고 탈북자 중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되어야하고, 그렇게 되리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그만큼 대학교 눈높이도 높았다. 하지만 입시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까닭에 가고 싶은 대학교에 떨어지고 말았다. 내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느낀 실패의 쓴맛이었다.

 

나는 대학 입학을 위해 1년 동안 수능학원과 논술학원을 다녔다.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에 일어나 학원가서 공부하고, 저녁에는 10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밤 12시까지 공부를 했다. 무더운 여름날, 다들 피서 간다고 분주했지만 나는 참아가면서 공부를 했다. 그렇게 갖은 노력을 다해 준비했지만 남은 것은 ‘불합격’이라는 세 글자였다. 그 때는 정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실망감이 컸다. 하지만 나는 다른 대학교에 지원하여 대학생활을 열심히 해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불합격의 절망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끼칠 정도이다. 하지만 그 경험이 나에게 큰 깨달음과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도 생겼다.

 

대학 진학 후 나는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그렇듯이 나는 그 땅에 대해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 하나만을 위해 안일하게 생활하는 것은 북한주민들을 생각할 때 정당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어, 탈북대학생의 정체성에 대해 큰 고민에 빠졌고 1년 동안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고민을 하는 동안 책상위에서만 고민하기 싫어서 많은 것에 부딪혀보기도 하였다. 많은 여행을 다니고, 해외로 배낭여행도 혼자 나가보았다.

 

한국 대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그들과 함께 토론도 해보았다. 좀 충격을 받긴 했지만, ‘앞으로 통일담론이나 교육에 있어서 한민족이라는 당위성은 통하지 않겠다.’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이며 한국 학생들은 ‘통일은 내게 무엇이 이로운가?’라는 관점에서 통일문제에 대해 접근하였다.

 

내가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많은 힘든 점과 좌절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각자 모두 사연이 다를 뿐,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실망과 좌절을 이겨내며 생긴 면역력으로 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을 셈이다. 탈북대학생들은 특별한 사명을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통일한국의 주역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견뎌내야 하며 실력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통일을 위해, 또 고향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재 나는 미력이나마 북한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한 미래에 통일을 위해 노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 나의 경험과 지식이 쓰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