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에서 남편은 멍멍이?

안녕하세요, 통일부 상생기자단 신입생 5기, 나하나 기자 입니다.  

첫 기사를 작성하려니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은 경제난 이후 변화된 북한 여성의 삶과 지위입니다.

 

 

북한에서 남편은 멍멍이 로 통한다고?

 

 

 

“그 집 멍멍이는 잘 있소?”

함경북도 지역의 장마당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라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멍멍이는 진짜 개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남편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북한 사회는 남한 사회보다 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아내가 남편을 ‘멍멍이’라고 부르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모두들 1990년대 중반에 북한에서 있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대해서 아시나요?

 

 

 북한의 경제난은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데요,  80년대 말 북한의 우방이었던 동구권 사회의 몰락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까지 겹치게 되면서 점점 식량 배급이 줄어들다 급기야는 배급이 끊기게 되면서 90년대 중반 이에 대비하지 못한 수십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 북한 정부가 극심한 경제난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자며 인민들에게 제시한 구호가 바로 고난의 행군입니다.

 식량 배급이 중단되고 공장이 멈춘 상태에서 더 이상 국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하고 이에 따라 가족 내부에서 스스로 생계를 이어나갈 자구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경제난 이전에는 공장과 기업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어 남편의 수입이 가계생계의 주요한 원천이었고, 여성의 수입은 전업이든 부업이든 간에 대부분 남편의 수입에 비해 낮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극심한 경제난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180도 뒤바뀌어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요,

 

 극심한 경제난 아래 공장 가동과 배급이 멈춘 상황에서도 남편은 형식적으로 작업장에 출근해야했기 때문에 북한 사회에서 남성에 비해 비교적 이동이 자유로웠던 여성장사를 통해 생계의 큰 부분을 책임지게 된 것입니다.

 

남성은 체면상 장사를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여 장사를 하는 남성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흔치 않았다고 합니다.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이전에 비해 가족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낼 수 있게 되었고, 가사와 육아가 전적으로 여성들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남편들은 장사로 장기간 집을 비운 아내를 대신해 가사와 양육 등에 참여하면서 아내의 장사를 보조적으로 도와주기도 하는 등 가정생활의 남녀 역할에 큰 변화가 왔다는 것인데요,  

결국 남자들은 여성들이 집 밖에서 생계활동을 하는 동안 할 일이 없어 집에서 ‘멍멍이’처럼 집 지키면서 노는 경우가 많아졌고,

아내가 아침에 장사하러 나가면 데려다 주고, 저녁에는 ‘멍멍이’처럼 아내를 반겨주었다고 합니다.

‘멍멍이’ 말고도, ‘풍경화’라는 말로도 남편이 비유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무 말이나 도움 없이 집안에 걸려있기만 한 풍경화 같은 존재. 배경과 같은 존재... 느낌이 오시나요?

하지만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의 모든 남편들이 ‘멍멍이’나 ‘풍경화’로 ‘전락’ 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간부급들인 보위부(북한의 국정원 직원)나 안전원등인 남성들의 수입은 경제난 이후로 오히려 더 짭짤해졌다고 합니다.

 

 

보위부는 인민들에게 공식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장사, 밀수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자신이 오히려 이를 통해 큰 이윤을 남겼고,

장사와 무역을 위한 이동에 필요한 통행증을 발급해주는 안전원은 경제난으로 장사와 무역을 시작한 인민들이 늘어나면서, 통행증을 불법적으로 발급해주는 대신 뇌물을 챙기는 등의 부수적인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간부급 아내들 가운데서도 남편을 통한 늘어난 수입에 만족하지 않고 남편의 지위로 인한 든든한 보호망 아래 부업으로 장사 등을 통해 재산을 쉽게 늘리기는 여성들도 생겼다고 합니다.

이처럼 간부급 이상의 중상층이상의 계층의 가정 안에서는 남편의 권위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상승한 측면도 있어서 가부장제적인 성 역할분업구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경제난 이후 가정 내 성별 역할과 의식의 변화는 경제난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은 서민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특권 계층을 제외한 가정의 아내들은 남편을 대신해 생계유지 전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여 더 커진 가정 내에서의 자신의 영향력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그래도 남편 덕에 자신보다 편하게 살고 있는 간부급 아내를 부러워하고 자신의 딸 만큼은 간부급 남편을 만나 호강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둘째,

경제난 이후 여성이 가족의 생계유지를 전담하는 경우라도 남편이 가사, 육아 문제를 전담했다는 경우보다 공동으로 분담했다는 대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으며 심지어 비록 소수지만 여성이 이를 전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탈북 여성들을 인터뷰 해본 결과 경제난 이후로 성별분업 자체에 대한 고정관념은 버렸지만 그래도 가정의 일은 여전히 여성의 책임이 크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남편이 섬김과 복종의 대상은 더 이상 아니지만 가부장으로서의 존재와 권위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어떠셨나요?

북한에서 남편은 멍멍이로 통한다?

이에 대한 대답은

"간부급의 중상층 이상의 남편은 해당 되지 않는다. 남편이 멍멍이라고 불리는 북한의 서민층 가정에서라도 멍멍이라는 어감만큼 가부장적 남성으로서의 권위가 완전히 추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난 이후 북한의 노동자 계층 대부분의 가정에서 남편 대신 아내가 생계의 대부분을 책임지게 됨에 따라 남편이 가사와 육아를 도와주기 시작하는 등 가족 내 성별분업에 대한 인식은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최근 소식통에 의하면 김정은 체제 이후로 시장에 대해 이전 보다 훨씬 더 관대해 졌기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되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정은 체제 이전에도 계속되었던 경제난으로 일터에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출석을 대신하고 장마당에 나와 장사를 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하여 글에서 서술한 것과는 다른 가족 내에서의 성별 위계질서의 변화들이 예상됩니다.

 

 

한편, 여성의 교육 수준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한국 사회 내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가사와 육아의 책임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고, 저출산 문제로 이에 관한 국가적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일터에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은 계속 되고 있다며 권리를 주장하는 남한의 여성들도 있는데요,

이러한 가운데 통일이 되어 남북의 여성과 남성이 통일 한반도의 일터와 가정에서 만나게 되면 또 어떤 변화가 오고 어떠한 논의들이 생길까요?

남한 뿐 아니라 북한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 문화적, 경제적 성별 위계의 변화와 역학 구조에 대해 알아나갈 때 통일된 한반도의 일터와 가정에서 만날 남녀들의 삶의 변화에 대해 상상해보고, 떠오를 논의들을 미리 예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남녘과 북녘의 남녀들이 한데 어우러져 일터와 가정에서 만날 수 있는 그 날이 어서 오길 기원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이상으로 통일부 상생기자단 5기 나하나 기자였습니다.

 


참고 논문

박현선, 2006. "북한 경제개혁 이후 가족과 여성생활의 변화," 『북한의 여성과 가족』. 경인문화사

이미경, 2006. "경제난 이후 북한여성의 삶과 의식변화와 한계: 탈북여성과의 심층면접을 중심으로,"『북한의 여성과 가족』. 경인문화사 


사진출처

http://www.teambh.net/bf_gallery/172727

http://hsmin.com.ne.kr/tape/a05.htm

http://askakorean.blogspot.com/2011/12/ask-korean-news-blinking-red-light-on.html

http://blog.daum.net/mins-pucca/17478174

http://5election.com/2010/06/20/north-korea-a-rare-adventure/

http://www.miseast.org/en/nkorea/new-photos-north-korea-thousands-children-need-food

http://www.euronews.com/picture-of-the-day/2011/12/25/north-korean-christmas-greet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