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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제1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국방위원장 별을 쏘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으로 정신없었던 지난 11일. 북한에서도 당 대표자회의에서 선거 아닌 추대로 인사개편을 진행했다. 1945년 조선노동당 창당 이후 4차례 진행된 대표자회의는 2010년 9월 김정은 후계체제 출범을 전세계에 알린 회의로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다.


2010년 9월 28일 당 대표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가운데)

   이번 당 대표자회의로 김정은은 당 제1비서라는 새로운 직책을 얻게 되었다. 제1비서라는 직책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고 김정은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직책이다. 과거 김일성이 사망하고 나서 약 3년 3개월이 지난 1997년 10월 북한은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칭하면서 수령직을 폐지했다. 그리고 김정일이 사망한지 4개월여 만에 북한은 또 다시 당 대표자회의를 통해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면서 사실상 총비서직을 폐지한 것이다. 김정은이 총비서가 아닌 한 단계 낮은 제1비서라는 직책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김일성과 김정일은 죽은 뒤에도 ‘영원한 ㅇㅇ'으로 ‘직책'을 영구적으로 유훈통치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후계자론에 따르면 후계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후계자가 전임 지도자를 ‘영원한 ㅇㅇ' 으로 추대한다는 것은 후계자로서 ‘충실성'을 보여주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당 대표자회의가 있기 이틀전인 9일,  북한이 죽은 김정일에게 김일성 훈장을 수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 할 수 있다. '할아버지 생일에 손자가 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상’을 수여'함으로써 김정은의 충실성을 보여 준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사망 3년상을 치르고 나서야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하고, 1년 뒤 헌법 개정을 통해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을 법적으로 명시했다. 반면 김정은은 김정일이 사망한지 4개월 만에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함으로써 전보다 더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북한의 후계체제가 다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와 반대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상이한 평가에도 '김정은이 후계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높은 직책에 올라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김정은 그리고 국방위원장       

   그러면 김정은이 북한을 안정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인 자리는 무엇일까? 국가 주석직은 이미 김일성의 영원한 직책이고 당 총비서는 김정일의 영원한 직책이 된 상태이다. 이제 국가 최고 지도자에 알맞은 자리는 ‘국방위원장' 직이 거의 유일하다. 지난 당 대표자회의로 김정은이 제1비서가 되면서 사실상 당 최고지도자가 되었다고 하지만 국가 전체를 통제하기에는 부족하다. 노동당 규약에도 '당 중앙위원회 총비서가 당중앙군사위원장을 겸한다'고 되어 있어 이를 수정하지 않는 이상 총비서가 아닌 제1비서로서 김정은은 한계가 있다.


   김정일 유고 전부터 국방위원장 직은 실제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국가전체를 통치하는 직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1998년 헌법개정 이후 외국에 대한 국가대표권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2009년 4월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장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2009년 8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이후 두 명의 여기자를 석방할 때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명의로 이들을 석방한 것이 아닌 국방위원장 명의로 석방한 것에서도 읽어 낼 수 있었다,


   13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직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7번'       

   최근 ‘바람의 아들' 이종범 선수가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하면서 구단측은 그의 번호 7번을 영구 결번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투수는 선동렬, 홈런은 이승엽, 그래도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종범 선수는 명예로운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팬들도 구단측에 7번 영구 결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북한 지도부도 이러한 의미에서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지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굶어 죽고, 자유를 억압 받는 북한 주민들이 이들을 ‘진정한 지도자’로 부를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진정한 것만이 영원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기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