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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인터뷰]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김석우 원장님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김석우 원장님과의 대화

 

 

 

  서초동에 위치한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을 찾은 것은 오

  후 3시경, 그때 김석우 원장님(통일부 전 차관)께서는 한국

  선진화 포럼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도착해서

  30 분 정도 기다렸을까? 잠시 자리를 같이 하시는가 싶었는

  데, 또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났고,

  이후에도 기자가 앉아 있기 송구스러울 정도로 많은 전화와

  포럼관련 업무들이 원장님과의 대화를 지연시켰다.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고

  위 공직자들이 현직에서 떠난 후에도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1996년 창립된 연구기관이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더욱 발전시켜 21세기 통일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등 주요 정책과제를 연구함으로써 건전한 국민 여론형성과 국민정신 함양에 앞장서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측은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직접교섭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여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거부하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한반도의 기류는 불편하고 불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김석우 원장님을 찾아 뵙게 된 것은 이런 시기에 우리가 어떤 자세와 태도로 북한을 대해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질문과 대화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선진화 포럼에서 연설하시는 김석우 원장님

 

 

 

기자 :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님께서는 통일부

          차관을 역임하셨는데 원장님께서 통일부에 계실 당시 남북관계와 변화지금의

          상황에 대해 듣고싶습니다.

 

원장님 :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남

   북 간의 경제교류가 활성화 되었고 민간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들이 있었다. 그러

   나 양적 인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아쉬

   움도 남겼다. 합리적인 대화라는 측면에서 고려해볼 때 북한과의 약속이 잘 이루어지

   지 않았다. 서로가 신뢰를 하려면 약속을 지켜야 하는 데, 북한은 아직도 속을 잘 드러

   내지 않는다. 따라서 과거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는 없다. 결과적으로 햇볕정책

   이 상호간의 접촉은 이끌어냈다고 하더라도 서로 간의 신뢰구축은 이루지 못했다. 

 

기자 : 북한의 냉소(적대)적인 태도로 남북관계는 항상 더디게, 또 가끔은 위험한 상황

          도 맞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조금씩 변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특

          수한 국가를 대할 때 어떤 자세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원장님 :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6.25 전쟁이나 그 이후에도 굉장히

    극단 적인 대립관계가 형성해왔다. 때문에 대화나 협력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렵겠

    지만, 이런 관계를 평화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

    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억지로 떼를 쓴다거나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기면 아무런 효과

    가 없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여유를 가진 남한이 북측에 지원할 수는 있겠지

    만, 북측도 어느 정도 함께 발 맞춰줘야 한다. 아직 납북자문제, 국군포로 문제들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 아닌가.

    또한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면 가급적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북쪽 또는 남쪽 양자 간

    에 어느 한쪽이라도 약속을 파기한다면 다시 신뢰를 쌓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

    요하다. 한 번의 약속과 행동으로 끝날 수 없는 게 바로 남북관계이다. 계속해서 점진

    적으로 접근 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의 잘못된 행위들에 더 이상 보상해주

    기 곤란하다. 국민 들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칙과 합리적인 사고에 따

    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12월 8일 청계천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북한인권

          디지털 영상 사진전 '갇힌 자에게 놓임을' 개막식에 참여한 김석우 원장님

 

 

 

기자 : 원장님께서는 북한 인권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북한 인권에

          해서는 지금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간혹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악용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겉으로는 북한인권 개선을 내세우지만, 그 뒤에는

          북한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정치적 암시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

          대적으로 인권은 약화되고, 그 대신 북한에 대한 불신과 적대적인 감정만 증폭시

          킨다는 주장들입다. 남한 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접근 할 때는 보다 객관적으

          로 다가서야 할 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립되는 여러 주장들과 오해를 최소

          화시키고, 한 목소를 낼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원장님 : 과거 탈북자가 수 십 명 전후 했을 때 북한 인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

   는 악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객관적인 통계나 일반적인 견해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는 1만 5천여 명의 탈북자들이 살고 있기에 북한 인권의

   실태도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강제수용소를 비롯한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

   는 건 당연하다. 일부에서 북한 인권을 악용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생각이다. 남한에

   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인권문제를 강하게 제기했었으나 지금은 북한 인권

   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 신념에 관한 자기부정이라고 할

   수 다. 침묵하는 것 자체가 비인도적인 행위이다.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다. 인류의 양심이나 국제 정의는 반드시 북한 정권이 가

   혹한 인권침해 행위를 그만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적 압력을 받지 않으

   면 개선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다른 국가 인권문제에 관해 의견을 말하면 독립국가

   의 대적 주권 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2차 대전 후 유엔을 중심으로 인권개념은

   크게 발전하였고, 그 결과 현대 국제사회에서 개인의 인권은 그 소속 국가가 자의적으

   로 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권은 인종, 피부, 사상 등에 상관없이 또한

   차도 없이 어디에서나 보호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한다.

   그기에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행위는 내정간섭이라

   고 수 없다.

 

 

 

기자 : 최근 북한은 남한정부에 강경 태도로 일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

          의 상생공영 대북정책이 암초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금강

          산관광, 이산가족상봉 등 이전 정권들에서 해왔던 남북 소통의 모든 통로들이 차

          단되고 있습 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난국을 타개하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 위해서 는 어떤 정책을 추구하고, 또 어떤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보

          십니까?

 

원장님 : 일부에선 햇볕정책으로 되돌아가자고 하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게 성급하게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그들의 방식대로 남한이 따라가도록 길들이려고 한다. 남한은 여유가 있기에 북한에 무엇이든 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최소한의 태도도 보이지  않는데 애걸하면서 까지 줄 필요는 없다. 우리 국민들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상호 협력하는 체제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지원가능할 것이다. 우리 것을 주면서도 북한이 자의적으로 뒤흔들 수 있도록 하는 것

   은 옳은 방식이 아니다. 지금의 일시적인 경색에 대해 조급할 필요는 없다. 국민적 동

   의 없이 북한의 비위만을 맞추려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야 말로 무의미하다.

   북한의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후 1년 5개월이 지난 99년 7월 28일자

   “로동신문”을 보면 “역도 김대중의 죄악상을 고발한다.”라는 내용으로 험악하게 인신

   공격을 하고 있다. 북한은 김대중 정권에게도 상당히 오랜 기간 비방과 험담을 계속하

   였다. 지금도 새로 들어선 남한정부를 길들이려고 억지를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하게 다가서거나 서투르게 접근한다면 남북관계는 더 깊은 혼돈에 빠질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다. 북측이 원하

   는 것이 있으면 우리는 언제라도 들어줄 여유가 있다. 그러나 방식은 국민들의 동의하

   에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기자 :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입니다. 앞으로 남한 사회가 주도적으로 북한을 포용하

          고,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남한이 정치, 경제적으로 우월할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안정된 발전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해야만 하

          는 이유(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원장님 : 역사적으로 같은 민족이기에 통일은 당연하다. 지정학적으로도 분단된 상태가

   비 정상적이다. 경제적으로도 통일된 한반도가 규모의 경제라는 점에서 훨씬 득이 되

   고, 한반 도가 대륙에 연결되어 같이 발전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

   오랫동안 단절되어 있었기에 남북한 서로 의견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너무 다른 것도

   사실이고, 따라서 통일이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화해·협력을 거쳐 점

   진적으로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상호간 신뢰를 쌓아 간다면 통일도 그리 먼 곳에 있

   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북한의 현 경제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통일되면 남한에게

   부담이 커서 같이 망할 수 있다고 하여 통일을 기피하는 현상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북한이 과감하게 개혁 개방을 해 나간다면 주민들이 빈곤과 공포에서 벗어나고 남북 간에도 통일을 위한 여건이 개선될 것 이다. 통일이 되고 과도기를 거친 후에는 전체로서의 힘과 능력이 현저하게 커지기 때문에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좋고, 한반도 주변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원장님의 바쁘신 일정으로 대화는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그러나 프랑스 대사관 리셉션으로 향하시는 차 안에서도 원장님과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아침에는 세계인권선언 60주년 행사에 참여하시고, 저녁에는 국제포럼 준비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계셨다. 30여년의 공직경험에 긍지를 가지고 이 땅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모든 열정을 아끼지 않으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머지않아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싹들이 다시 돋아나리라 희망해 본다. 이 나라의 주역들이 이처럼 뜨거운데 무엇인들 덥히지 못하고 보다듬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뇌리 깊숙이 자리 잡게 된다.

(옆 사진은 기자의 간절한 요청 으로! 차~ 알 ~ 칵)

 

 

                                             통일부 상생기자단  이진송  dosta317@hanmail.net